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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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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4일 ‘79년 10월, 김재규(金載圭)는 왜 쏘았는가’ 편을 방송했다. 이 방송에서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양심적 인물로 그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베트남전 파병 군인들의 비참한 삶을 다룬 ‘월남전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병장’을 방영했다. 또 11일에는 서울 강남지역 개발 과정을 추적한 ‘투기의 뿌리, 강남 공화국’을 내보낼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부동산 투기의 뿌리가 된 강남 개발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는 증언과 강남 개발로 부를 축적한 중산층이 유신정권의 지지자가 됐다는 내용을 다룬다.
이 같은 방송 프로그램들의 편성 시기에 대해 MBC 정길화(鄭吉和) 책임프로듀서는 “올해 방송되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지난해 기획돼 올 1월 이미 일정이 잡힌 것”이라며 “그때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청자 권은숙씨는 5일 이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방송일자가 오래전부터 잡혔다고 변명하지만 선거일도 오래전에 잡혔던 것 아닌가”라며 “79년 당시 김재규와 차지철의 권력 다툼이 극에 이르렀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는데 김재규 측근 몇 사람의 말만 듣고 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청자 이은하씨는 “그때의 진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객관적 시선으로 김재규를 조명한 것 같다. 이제 제대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3000건 가까운 글이 올라 이 프로그램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다.
박영상(朴永祥)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시해사건이 일어났던 10월 26일에 맞춰 그 사건을 재해석한다면 모를까 느닷없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은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면서 “MBC가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해석하든 방송사의 자율적 판단이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이 같은 방송을 스스로 피하는 것이 성숙한 공영방송의 자세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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