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젓가락-연필, 뇌 발달 ‘특효’

  • 입력 2004년 3월 7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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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뒤 미국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로 한국의 젓가락질을 들었다. 미세한 난자의 핵을 집어내는 작업에 젓가락질로 훈련된 손재주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지과학회 서유헌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젓가락질이 한국인의 섬세한 손놀림을 갖게 된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또 젓가락질 등 손을 많이 쓰는 것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이 젓가락 대신 포크를 쓰고 연필을 제대로 쓰지 않는 등 손을 움직이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 앞으로 뇌 발달에도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손과 뇌=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손을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라고, 옛 소련 출신의 미국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정신의 일부’라고 했다.

실제로 뇌 마루엽(두정엽)에 있는 운동중추의 30%는 손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신경세포 하나는 1000∼1만개의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므로 손 운동과 관련 있는 세포는 다른 종류의 뇌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젓가락을 쓰면 30개의 관절과 50개의 근육이 움직이는 반면 포크를 쓰면 운동량이 젓가락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또 연필을 쥐고 신경을 써서 글씨를 쓰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를 신중하게 만든다. 글자를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쓰면서 틀리는 것을 지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매듭짓는 능력이 생기며 책임감도 길러진다.

무엇보다 직접 손으로 정성들여 쓰면서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공부한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3세 무렵부터, 늦어도 6세까지는 젓가락질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젓가락질을 못한다면 아이와 함께 젓가락질을 배우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시중에서는 아이가 쉽게 젓가락질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특수 젓가락’을 팔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서 교수는 “부모들은 아이가 글을 얼마나 빨리 익히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데 이제 글을 제대로 쓰는지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단언했다.

요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연필 쥐는 법부터 가르치고 있지만 처음부터 잘못 쥐는 아이들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

연필 쓰기는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것이 좋다. 우선 글을 쓸 때 몸의 자세가 바른지 관찰하고 교정한다. 다음으로 손을 본다. 연필은 중지 위에 연필을 올리고 엄지로 누른 채 검지를 살짝 대는 기분으로 쥐게 한다. 엄지와 검지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 동그라미가 되도록 하고 손목과 손등의 각도는 160∼170도가 좋다. 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되면 자신의 방과 책상은 직접 정리하도록 해야 책임감이 길러지는 동시에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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