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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6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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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사마리아인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 유대인 나그네가 강도를 당해 길에 버려졌다. 모두가 그를 외면하지만 사마리아인은 정성껏 치료해 준 뒤 주막으로 데려간다. 이튿날 사마리아인은 주막 주인에게 나그네를 잘 돌봐줄 것을 당부하면서 “돈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주겠다”고 한 뒤 길을 떠난다.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졌을 때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는데도 이를 구조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여기서 비롯됐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상징이 된 사마리아인도 있다. 예수가 문둥병자 10명을 치유했으나 병이 나은 뒤 예수의 발 아래 엎드려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한 것은 사마리아인 한 사람뿐이었다. 예수는 “나머지 아홉은 다 어디에 갔느냐”고 독백한다. 예수는 또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것이다”며 구원의 길을 제시한다. 남편을 5명이나 바꾸었고 정부(情夫)와 살고있는 타락한 여자였다.
▷한국영화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이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고생의 원조교제를 다룬 최신작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구원받은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을 모티브로 한 수상작에 대해 김 감독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죄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단죄하는 건 신의 몫이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서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온갖 난관과 역경 속에서도 주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 영화를 만들어 온 그의 인생역정 또한 사마리아인을 연상케 한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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