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前경실련 사무처장 "세상을 바꾸는건 이념보다 사랑"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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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이념에 충실했고 긴장과 갈등 속에서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어 왔지만 실크로드에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삶을 본 뒤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79일 동안 중국과 네팔 등을 거쳐 실크로드를 다녀온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용환(金龍煥·45·사진)씨가 5일 밝힌 여행 소감이다.

지난해 9월 출국해 12월 15일 귀국한 그는 중국 베이징(北京)까지만 항공편을 이용하고 이후 중국 내륙과 네팔, 태국, 라오스는 모두 육로로 여행했다.

건강 악화로 경실련 활동을 그만둔 그는 실크로드와 얽혀 있는 여러 민족과 문화의 흥망성쇠를 확인하고 싶어 3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대장정’에 나섰다.

그는 최소한 10시간을 달려야 한 번 멈추는 기차와 중간정류장 없이 비포장도로를 24시간 달리는 버스를 갈아타며 끝없이 펼쳐진 실크로드를 여행했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사막을 지나 도착한 티베트의 한 자그마한 마을에서 꽃과 나무, 허름한 옷차림의 주민들을 만났을 때는 절로 눈물이 났다.

시신을 독수리 먹이로 바치는 조장(鳥葬) 의식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엿보기도 했다.

그는 여행에서 배운 새로운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10불 클럽’을 만들 계획이다. 취지에 동감하는 회원들로부터 매월 10달러씩을 기증받아 티베트 등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울 예정.

그는 “이번 실크로드 여행을 통해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립과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람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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