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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4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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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떨며 시험을 볼 우리 큰애를 비롯한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좋은 결과가 모두에게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전국의 모든 수험생 부모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능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부모들마저도 조바심이 나는지 수험생 부모들끼리 모이기만 하면 화두는 당연히 수능이었다.
지난번 학부모 모임에서는 아이들 생리 문제가 거론되었다. 수능 즈음에 생리가 있는 딸을 위한 처방이 화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아이가 생리통이 심하니까 생리를 연기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히겠다는 엄마도 있었고, 한약을 먹이고 있다는 엄마도 있었다.
아이들은 누구는 금반지를 엄마가 해줘서 끼고 있고, 누구는 엄마가 점을 보고 부적을 써 와서 가지고 다니며, 누구 엄마는 백일기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태연한 우리 큰애도 속으로는 많이 불안한 것 같았다.
엄마도 가서 점을 한번 보고 오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고, 할머니는 내 기도를 열심히 하고 계실까, 고모는 왜 기도를 하지 않고 미국을 가실까 등등 불안한 속내를 드러내 놓았다.
대한민국 수험생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못하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 시댁에서 알면 쫓겨날 것을 각오하고 아이에게 말은 하지 않았으나 나 또한 아이의 사주를 보았다. 결과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으니 열심히 기도를 하라는 것. 그날부터 작정하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기도가 영 서툴다.
큰애는 내가 기도를 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하루는 신문에 난 어느 고3 엄마의 일과를 보더니, “엄마, 정말 대단하네. 이 엄마는 새벽 4시반에 일어나 교회 가서 기도한대. 그런데 엄마는 고3 엄마 치고 너무 편하지?”
정말 나는 큰애 표현대로 너무 편한 고3 엄마였다. 아이가 학원도 다니지 않고 과외도 받지 않으려고 했으며,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돌아오는 아이 마중도 아이가 한사코 반대하여 가지 못하니 해 줄 일이 없었다. 아침에 깨워서 간단히 먹여 픽업 차에 늦지 않게 보내는 게 전부다. 큰애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아이는 모른다. 마중 나가고 싶은 고3 엄마의 마음을. 하루는 남편이 나의 그런 심정을 눈치채고 큰애한테 엄마에게 고3 엄마의 특권을 좀 주라고 말해 보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오히려 수능일에도 혼자 갔다가 혼자 돌아오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자신에게 신경 쓰는 게 당최 싫단다.
큰애는 완벽주의자여서 키우기 편안한 아이가 아니다. 게다가 주위 모든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아이의 신경은 날카로울 수밖에. 그로 인한 아이의 온갖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엄마 몫이 되는데 엄마 또한 만만치 않아 아이의 짜증을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니….
주위 엄마들에게 아이로 인한 이러저러한 내 고충을 털어놓으면 엄마들은 또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엄마가 욕심이 너무 많다’ ‘딸 공짜로 키우는 줄 알아라’ ‘공부 잘 하는데 그것도 못 참아 주느냐’ 등등. 할 말이 없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나 온 고교 3년. 큰애는 그 3년을 평가받기 위해 지금 혼신의 힘을 기울여 수능 문제를 풀 것이다. 그런 큰애에게 이제껏 못 해준 말을 큰 소리로 외쳐주고 싶다.
“모듬아∼, 사랑해∼”.
조옥남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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