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띄우려면 입소문부터 타라…튀는 제작발표회 잇달아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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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강남의 한 태국 요리 음식점에서 열린 뮤지컬 ‘킹 앤 아이’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들이 화려한 태국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훈구기자
15일 서울 강남의 한 태국 요리 음식점에서 열린 뮤지컬 ‘킹 앤 아이’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들이 화려한 태국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훈구기자
15일 서울 강남의 한 태국 요리 음식점에서 이색적인 뮤지컬 제작발표회가 펼쳐졌다. 이 자리는 대머리 배우 율 브리너가 주연한 영화 ‘왕과 나’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뮤지컬 ‘킹 앤 아이(King & I)’의 제작발표회장이었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뮤지컬의 무대가 되는 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태국 요리 음식점에서 열렸다는 점부터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발표회 내용도 독특했다. 주인공인 시암왕 역을 맡은 김석훈과 가정교사인 영국인 애나 역의 김선경을 비롯, 아역 배우들까지 합쳐 뮤지컬 출연진 20여명이 극중에서 자신들이 입는 금빛 찬란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배우들은 발표회장의 테이블 사이를 걸어 다니며 화려한 패션쇼를 펼쳐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제작발표회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 앤 아이’가 초연 당시 화려한 태국의 왕실 의상을 재현해 토니상 의상상(1952년)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뮤지컬 제작발표회가 이벤트화, 대형화하는 추세다. 과거 뮤지컬 제작발표회라고 하면 배우와 스태프가 앞에 나란히 앉아 있고, 제작자 투자자 언론사 기자들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단순한 요식행사처럼 치러졌다. 하지만 요즘엔 ‘킹 앤 아이’처럼 눈길을 끄는 제작발표회들이 늘고 있는 것.

1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댄서 에디슨’의 제작발표회도 통상적인 제작발표회와는 사뭇 달랐다. 이 작품의 특징은 대사보다 춤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댄스 뮤지컬’이란 점. 이날 출연 배우들은 현란한 춤 솜씨를 현장에서 선보여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다. 초청 가수 김현성과 조앤이 뮤지컬 삽입곡을 부른 것도 눈에 띄는 대목.

지난달 초 ‘유린타운’의 제작발표회는 팬들을 초청해 마련한 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은 노천극장을 빌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독특한 제작발표회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의 눈길을 먼저 잡는 작품이 흥행에도 그만큼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 점에서 제작발표회의 시기도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댄서 에디슨’의 연출자 최광일씨는 “개막을 두 달이나 앞두고 서둘러 제작발표회를 가진 것도 하루라도 빨리 작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서이다”라고 밝혔다.

뮤지컬의 승부는 궁극적으로 ‘작품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입소문’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제작발표회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튀기 위한’ 제작자들의 경쟁은 작품이 선보이기 이전부터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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