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리골레토' 첫날…'소문난 누드파티' 동요는 없었다

  • 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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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골레토’ 1막. 만토바 공작의 난잡한 연회에 끌려온 여인을 광대 리골레토(가운데)와 공작의 신하들이 희롱하고 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리골레토’ 1막. 만토바 공작의 난잡한 연회에 끌려온 여인을 광대 리골레토(가운데)와 공작의 신하들이 희롱하고 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원작 정신의 복원인가? 아니면, 자극적인 소재로 ‘떠 보겠다’는 젊은 예술가의 발칙한 장난인가.

일부 출연자의 전라(全裸) 장면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서울 예술의 전당 주최 데이비드 맥비커 연출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이 28일 개막됐다. 공연 관계자는 10월 4일까지(격일 공연) 총 4회의 공연이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고 알려주었다.

막이 오르자마자 무대 위에는 3명의 ‘토플리스’ 연기자 등이 펼치는 난잡한 연회장면이 가득 펼쳐졌다. 궁중의 난봉꾼들이 납치해 온 젊은 여성의 옷을 잡아채자 여성은 객석 반대쪽으로 쓰러졌으나 순간적으로 ‘은밀한 부분’까지 노출됐다. 관객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30여분간 이런 장면을 지켜봤다.

‘리골레토’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질다 역을 맡아 열연한 소프라노 신영옥(왼쪽).

1막이 끝난 후 막간 휴식시간에 노출은 중요 화젯거리가 되지 못했다. “봤어?” “영화관 가면 늘 보는 정도인데 뭘….” 젊은 관객들의 소곤거림이 들리는 정도였다.

누드보다 되레 시선이 가는 것은 무대장치였다. ‘리골레토’의 무대 배경은 만토바 공작의 궁전, 리골레토의 집, 자객 스파라푸칠레의 집 등 3곳. 연출자는 기울어진 하나의 건물 세트를 앞뒤로 회전시키며 전 3막을 치러냈다. 세트의 전환은 없었다. 남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세트였고, 일부 관객은 ‘돈 안 들었겠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1막 연회장면의 자극성에 비하면 이후의 2, 3막에선 실험성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은 “분명 볼 것이 많은 무대는 아니었다”고 평했다.

이날 공연에서 주역인 질다 역의 소프라노 신영옥은 비련의 주인공을 몸에 맞춘 듯한 연기에다 촉촉한 음성과 화려한 기교로 갈채를 받았다. 리골레토 역의 프레데릭 버치널은 모범적인 리골레토지만, 분노의 불꽃이 일정한 ‘포장’을 넘어 확 분출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살인이다!(Assassini)’를 외쳐대는 강렬한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는 관현악을 뚫고 나오지 못했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호르헤 로페스 야네스 역시 나무랄 데 없는 ‘테노레 레지에로(가볍고 밝은 느낌의 테너)’였지만 이날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넘쳐흐르는 눈물’ 아리아 마지막 부분에 그의 음정은 반음 가까이나 떨어졌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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