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몸'이 예술이다…'아크로바틱 퍼포먼스'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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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서울 청담동 우림시어터.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물구나무를 선 채 달리거나.벽을 차고 가뿐하게 뛰어올랐다. 공중제비에 허공을 가르며 보여주는 무술동작까지

웬만한 스턴트맨을 능가하는 고난도의 묘기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게다가 컴퓨터 게임의 격투기 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배우들의 정교한 움직임에 관객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이 공연은‘코믹 액션 퍼포먼스’라는 생소한 타이틀을 앞세운 극단 예감의 ‘점프’. 신생 극단의 초연작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객석 점유율 70%를 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이날 공연도 290여 객석을 꽉 채우고도모자라 극단 측이 임시 보조석까지 마련해야 했다.최근 이처럼 ‘몸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고난도의 격렬한 몸동작을 활용한 퍼포먼스가무대와 TV를 통해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코미디, 댄스 등 장르는 다르지만 고도로 훈련된 동작을 중심으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아크로바틱 퍼포먼스’라고 부를 만하다.》

무대 공연에서는 ‘점프’가 대표적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무술 고수’인 가족과 이 집에 들어온 두 도둑이 벌이는 해프닝이 전부. 초반 공연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막바지에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24일 일단 막을 내렸으나 9월5일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홀로 자리를 옮겨 인기몰이를 계속한다.

‘몸의 한계’에 도전하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극단 예감의 ‘점프’. 왼쪽은 대표적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인 ‘점프’의 공연 포스터. 전영한기자

관객들은 왜 이 공연에 열광하는 것일까. 21일 극장을 찾은 정다운 씨(27·회사원)는 “보통 사람은 흉내도 내기 어려운 동작에서 박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관객 신현주 씨(28·회사원)는 “무술과 연극을 결합시켜 새로운 퍼포먼스를 만들어 낸 점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타악 퍼포먼스 ‘난타’를 제작한 PMC의 송승환 대표는 “배우들이 무술 동작에 대한 충분한 훈련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결국 고도로 훈련된 배우들이 펼치는 ‘동작’이 바로 이 공연의 포인트인 셈.

실제로 연출자 최철기 씨는 “출연자 중 상당수가 실제 무술 유단자거나 체조선수 출신이고, 일반 배우들은 2년간 훈련해 비로소 ‘몸’을 만들어냈다”며 “이틀 연속 무대에 서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 소모가 많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요즘 코미디에서도 ‘아크로바틱 퍼포먼스’가 인기다. 과거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과장된 몸동작이나 표정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대사나 줄거리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크로바틱 개그’는 ‘몸을 이용한 놀이’라고 할 정도로 몸동작이 웃음을 이끌어내는 중심역할을 한다.

KBS2 '개그콘서트‘의 ’타이즈와 쫄쫄이‘ '무림남녀’ ‘충무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업둥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충무로’에서는 개그맨 이정수가 “개그는 힘이다!”를 외치며 출연진이 온몸으로 서로를 버티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웃음을 자아낸다. 개그맨의 몸이 스파이더맨의 가면이나 슈퍼맨의 망토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둥이’에서도 동생이 2m 전방에서 몸을 날려 형의 등에 달라붙거나, 거꾸로 매달려 형의 양말을 벗겨주는 연기를 펼친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고된 몸동작과 열정에 감동해 박수를 보낸다.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비보이(B-boy) 댄스’도 고난도 몸동작이 보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낸다. 몸을 심하게 비트는 ‘비보이 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프로 무용수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난도의 춤을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배우는 일도 생겨났다.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연양식의 새로운 표현법을 찾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 끝에 대사와 스토리에 묻혀 있던 몸동작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 뜬 것”이라며 “몸동작이 단순히 기존의 행동과 논리를 과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이미지와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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