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히면 뻔한 수도 잘 안 보이는 것일까. 한국과 중국의 천원전 우승자가 겨루는 한중 천원전에서 후지쓰배 준우승자 송태곤 5단과 중국 랭킹 1위 구리 7단이 맞붙었다.
1국에서 완패 당한 송 5단은 2국을 시작하자마자 우변 백을 세차게 공격했다.
흑이 장면도 ○로 들여다보자 백은 우변 대마의 집 모양을 만들기 위해 백 1로 응수 타진했다.
1국의 패배에 마음이 상한 송 5단은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심정으로 흑 2의 강력한 수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백 3의 간단한 맥점에 흑은 속수무책이다. 흑이 4로 물러설 수밖에 없을 때 백은 우변 한 점을 선수로 잡고 9, 11로 유유히 연결해갔다. 흑 12로 백 ○ 5점을 잡았지만 웅장했던 우변 흑진이 깨진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흑은 참고도 흑 2처럼 참아야 했다. 이 그림은 우하귀를 중심으로 한 흑진이 넓어 우세를 지킬 수 있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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