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집' 박승석목사 “이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 입력 2003년 8월 7일 19시 01분


코멘트
7일 ‘신나는 집’ 운영자인 박승석 목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또다시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강릉=허진석기자
7일 ‘신나는 집’ 운영자인 박승석 목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또다시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강릉=허진석기자
“여기서는 목사님이랑 사모님한테 아빠 엄마라고 불러도 되잖아요.”

한미영양(가명·13)은 인근 아동복지시설에 가지 않고 미인가 시설인 ‘신나는 집’(강원 강릉시 강문동)에 남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양은 2000년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강릉 남대천 다리 밑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중 지나가던 시민이 시 여성복지과에 신고를 해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됐다. 한양은 1년 가까이 생활한 적이 있었던 인근 아동복지시설 대신 ‘신나는 집’으로 가고 싶다고 요청해 이곳에서 살게 됐던 것. 한양의 아버지는 지난해 간암으로 숨졌다.

강한규군(가명·12) 삼남매의 사연도 비슷하다. 이들 삼남매는 낮에 ‘신나는 집’에서 지내다 집에 데려다주면 밤에 다시 ‘신나는 집’으로 돌아와 건물 계단에서 잠을 자곤 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 행패부리는 아버지가 무서웠던 것.

삼남매가 계단에 숨어 자는 것을 보다 못한 신나는 집의 박승석(朴勝錫) 윤순덕(尹順德·여) 목사 부부가 강군 아버지를 찾아가 이들을 ‘신나는 집’에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1996년 11월 갈 곳 없는 아이 3명을 데리고 문을 연 ‘신나는 집’은 이렇게 점점 식구가 불어나 3∼15세 아동 34명이 이곳에서 살거나 급식 지원을 받으러 오는 대가족이 됐다. 이 중에는 정신지체아 2명, 시각장애인 1명 등 장애아동도 6명 있다.

그러나 ‘신나는 집’ 식구들은 9월이 되면 인근 아동복지시설로 가거나 천막생활을 해야 할 처지다. ‘신나는 집’이 2년간 1층과 2층 일부를 빌려 쓴 음식점의 건물주측이 임대기간 연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박 목사는 “빚을 내고 주변 분들의 도움을 얻어 근처 땅을 샀지만 건물을 지을 돈이 없다”며 “차마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 없어 당분간 텐트를 치고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담당부서인 강릉시 여성복지과의 반응은 “딱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 현행 아동복지법시행규칙이 정하는 아동복지시설에 못 미친다는 것이 이유다. ‘신나는 집’ 033-652-4627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삼척=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