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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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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을 닫고 문이 단단히 잠긴 것을 확인하고 속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걸터앉았다. 변기라고 해야 구멍 뚫린 널빤지, 사타구니 사이로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선로에 깔린 돌이 그대로 보인다. 어지럽다, 안 되겠어 밑을 보면, 굉장히 흔들린다, 아 무서워, 떨어지면 어떡해, 소녀는 난간을 꽉 잡고 오줌을 누고는 온몸에 잔뜩 힘을 주고 디딤대에서 한쪽씩 다리를 내렸다. 세면기 위 동그란 거울에 꾀죄죄한 얼굴이 비쳤다.
안동역은 4번 홈까지 있는 큰 역이었다. 전구에 유리 덮개를 씌운 전등이 우윳빛 뽀얀 빛을 뿌리고, 2번 선에는 도착 시간 30분 전에 물과 석탄 보급을 끝낸 파시로 541과 빨간 깃발을 든 연결사가 ‘대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륙’은 0시52분에 안동역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안동까지 객차를 끌고 온 파시로 582가 객차에서 분리되자 연결사는 재빨리 연결 작업을 시작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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