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황혼녘에 생긴 일'…연극인지 실화인지…

  • 입력 2003년 5월 27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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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에 생긴 일’에 코르베스 역으로 출연하는 이한승(오른쪽)과 호퍼 역의 이영석사진제공 공연기획 파란
‘황혼녘에 생긴 일’에 코르베스 역으로 출연하는 이한승(오른쪽)과 호퍼 역의 이영석
사진제공 공연기획 파란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노년의 신사가 관객을 향해 말을 건넨다. 이 신사는 배우이면서 이 연극과 관객을 이어주는 해설자이기도 하다. 신사는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신사가 주장하는 ‘사실’은 결국 연극 속의 허구일 뿐. 노신사의 설명을 쫓으며 관객은 연극인지 혹은 실화인지 모를 극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43년 전통의 극단 실험극장이 제144회 정기 공연으로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스위스·1920∼1990)의 ‘황혼녁에 생긴 일’을 선택했다. 현실에 대한 뒤렌마트의 ‘점잖은’ 야유와 조롱이 배어있는 작품이다.

1960년 창단한 극단 실험극장은 ‘에쿠우스’ ‘아일랜드’ ‘신의 아그네스’ 등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왔다. 90년대 들어 한때 존폐의 기로까지 몰렸던 위기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올해에만 4개의 작품을 기획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선 지금까지 기획에 치중했던 극단 대표 이한승씨가 3년만에 무대에 선다. ‘대머리 노신사’ 코르베스를 연기하기 위해 머리까지 깍은 이씨는 “현대 사회에 대해 신랄하면서도 진지한 풍자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살인을 저지르면서 소설을 써온 악마적 성향의 노벨상 수상작가 코르베스와 그의 뒤를 캐온 사립탐정 호퍼가 주인공. 코르베스의 비밀을 알아낸 호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며 접근한다. 코르베스는 어떤 선택을 할까. 6월1일까지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화∼금요일 7시30분. 토요일 4시30분, 7시30분. 일요일 3시, 6시. 8000~1만2000원. 02-766-2124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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