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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0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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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러시아 연극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예르몰로바 드라마극장이 유쾌한 사랑이야기 ‘못말리는 귀족아가씨’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모스크바 예르몰로바 드라마 극장은 1925년 창립된 극단. 구 소련 최초로 ‘공화국 인민 예술가’ 칭호를 받은 러시아 여배우 마라야 니콜라예브나 예르몰로바(1853∼1928)의 이름을 땄다. 창단 당시 러시아 현대 연극 이론을 확립한 배우 겸 연출가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라브스키(1863∼1938)의 제자들이 모여 만들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배우들은 그의 연극 학습 방법인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에 따라 연기 수업과 훈련을 받고 있다.
예르몰로바 드라마극장은 주로 19세기 이후 러시아 문학 중 민중의 삶과 정서가 담겨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다. 현지에서 “단 한 사람도 평범하지 않은 극단”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994년 러시아 희극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못 말리는 귀족아가씨’는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더 푸슈킨(1799∼1837)의 산문 ‘벨킨이야기’ 속의 다섯 번째 이야기 ‘귀족아가씨, 시골처녀’를 각색해 연극으로 만든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과 ‘맹진사댁 경사’를 섞어 놓은 듯한 줄거리다.
배경은 19세기 중엽 러시아 시골. 러시아 전통 방식으로 살기를 고집하는 시골 귀족 베레스토프와 영국식 생활을 하는 귀족 무롬스키는 서로 앙숙 지간으로 각각 외아들과 외동딸을 두고 있다. 무롬스키의 딸 리자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못 이겨 시골 처녀로 변장하고 베레스토프의 아들 알렉세이에게 접근했다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앙숙이었던 두 귀족이 화해하게 되고 이를 기념해 서로의 아들, 딸을 혼인시키려 한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시골 처녀와의 사랑 때문에 고민에 빠지고, 결국 “리자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말을 하려고 무롬스키의 집을 방문한다. 그 곳에서 알렉세이는 자신이 사랑한 시골 처녀가 바로 리자였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주연을 맡은 안나 블라지미로브나 마르코바(리자)와 니콜라이 세르게예비치 토카레프(알렉세이)는 현재 연극은 물론, TV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 연극은 러시아어로 진행되고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한편, 이번 연극이 열리는 동안 공연장 로비에서는 러시아 중견 화가인 발렌티나 토코례바와 세르게이 토코례프가 그린 한국 독립운동가 초상화 전시회가 열린다. 이 그림들은 기획사인 극단 동임이 한·러 수교 13주년 기념으로 상연되는 이번 연극을 기념하기 위해 의뢰한 것. 고종황제 안중근 이상재 서재필 등 독립운동가와 역사 인물 초상화 50점이 출품된다. 그림은 전시회를 마친 뒤 서울역사박물관과 각 독립운동가 기념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30일∼6월8일. 한전 아츠풀센터. 평일 7시30분, 토,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4시, 7시. 3만∼10만원. 02-595-2144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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