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자녀-韓어린이 "피부색 달라도 우리는 친구"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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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잔디마당에서 열린 외국인 노동자 자녀와 함께하는 ‘어린이날 무지개 축제’에서 외국인 어린이와 한국 어린이들이 놀이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5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잔디마당에서 열린 외국인 노동자 자녀와 함께하는 ‘어린이날 무지개 축제’에서 외국인 어린이와 한국 어린이들이 놀이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어린이날이 이렇게 즐거운 날인지 처음 알았어요.”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잔디마당에서는 외국인노동자 자녀들과 한국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어린이날 무지개 축제’가 열렸다.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나이지리아 필리핀 몽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노동자의 자녀와 외국인노동자와 국제 결혼한 가정의 자녀, 한국 어린이 등 100여명이 참가해 인종과 국적을 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지 3년이 된 타니아양(10·천마초교 3년)은 유창한 한국어로 “일하러 간 아빠와 함께 오지 못해 아쉽지만 어린이날에 처음으로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어 좋다”며 “한국 친구들과 ‘한마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타니아양과 함께 온 ‘외국인 노동자 샬롬의 집’의 유영애씨(32)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은 부모들이 휴일에도 일하기 때문에 어린이날에도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어린이 가정과 외국인 어린이 가정이 한 쌍을 이루어 장애물 경주, 윷놀이, 박 터뜨리기 등 8개 놀이마당에서 다양한 놀이를 함께했다.

행사장 한 쪽에서는 외국인 어린이들에 대한 건강검진도 실시됐다.

외국인 어린이들과 노는 것이 처음이라는 차새라양(11·잠원초교 4년)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금방 친해졌다”고 말했다.

의료공제회 이왕준 운영위원장은 “여러 색깔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처럼 한국 어린이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타 인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고 외국인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날을 맞아 좋은 시간을 갖게 하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료공제회가 지난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지원한 의료비 중 37%가 출산에 지원될 정도로 국내에서 태어나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가 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국내에서 태어나더라도 부모와 같은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돼 여러 면에서 차별과 소외를 겪고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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