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1년새 30명 늘어 71명
졸음운전-주시 태만 원인 69%… 화물차 사망사고 39명 ‘최다’
‘2시간 운전-15분 휴식’ 공염불, “운행기록 관리 강화를” 지적
“졸음이 쏟아져 한 달에 대여섯 번은 사고가 날 뻔합니다.”
25t 화물차 기사 박모 씨(51)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경기 안성휴게소 ‘화물차 라운지’ 앞에서 졸음을 떨치려는 듯 눈을 비비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부터 차에서 쪽잠만 자면서 23시간 넘게 운전하다가 졸음을 참지 못하고 이곳을 들른 참이었다. 박 씨는 “지난주엔 경부고속도로 안성 분기점(JC) 인근에서 순간적으로 졸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아차렸다”며 “그때 잠결에 운전대를 급히 꺾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아찔하다”고 했다.
● 고속도로 사망 1.7배로… 원인은 졸음운전
올 들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명의 1.7배로 늘었다. 73% 늘어난 것으로 2023∼2025년 이 기간 평균 사망자 45명과 비교해도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 사망자 중 69.0%에 해당하는 49명은 졸음운전이나 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에서 발생했다. 과속(5명)이나 차량 결함(3명), 역주행(2명) 등에 따른 사고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고를 낸 차종별로는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39명(54.9%)으로 가장 많았다. 화물차 사고 사망자 가운데 졸음운전과 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해 숨진 사람은 총 28명이었다.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는 야간에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6일 경기 용인시 삼가터널 안에서 1t 화물차가 사고를 내 운전자 1명이 숨졌는데, 사고 발생 시간이 오전 11시 17분이었다. 경찰은 운전자가 터널 내 정체로 멈춰 선 다른 화물차를 들이받았다고 보고 전방 주시 태만 여부를 조사 중이다. 1월 12일 오전 9시 10분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25t 화물차 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앞선 차를 들이받아 숨졌다.
현장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들은 “실적 압박 때문에 장시간·심야 운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20년 차 화물차 기사 홍모 씨(64)는 “기름값은 오르고 납품 시간은 촉박해 규정대로 휴게 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라며 “하루 최대 14시간, 길게는 약 850km를 운전하다 보니 매분 매초 졸음운전 위험을 느낀다”고 했다. 30년 경력인 이모 씨(61)는 “지난해부터 물동량이 줄면서 운임도 체감상 20%가량 줄었다”며 “한 건이라도 소화하려고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운전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 효력 없는 운행기록장치 점검
이처럼 무리한 운행을 줄이기 위해 화물자동차법에서는 화물차 기사가 2시간 연속 운전 시 15분 이상 쉬도록 규정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최대 3시간만 운전할 수 있고, 이후에는 30분 이상 휴식해야 한다. 연속 운행 기록은 1t 이상 사업용 화물차에 의무 장착하는 운행기록장치(DTG)로 감시한다.
문제는 DTG 기록을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제출하는 비율이 낮아 휴게시간 감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DTG 장착 의무 대상 차량 중 운행기록을 제출한 비율은 약 26.8%에 그쳤다. 의무 제출 대상인 25t 이상 화물차도 제출률은 약 59%였다. DTG 기록 미제출 시 소관 지방자치단체는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150만 원의 과태료를, 휴게시간 미준수 시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부과는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화물차 기사 입장에선 ‘운 나쁘게’ 과태료를 물어도 영업 비용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화물차 DTG 운행 기록의 관리 강화 필요성을 제언했다. 오영태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화물차의 DTG 의무 제출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으로, 휴게소 등에서 기록을 점검하는 등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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