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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1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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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세계경제는 당초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의 급속한 확산으로 또 다시 혼미하다. 이 전염병이 이른 시일 안에 진정되지 않으면 특히 아시아경제에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무역을 통해 성장해왔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무역 중개는 현재 극심한 사스 피해를 겪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도 중화권에 홍콩을 통해서만 100억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그러나 연초 이 지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무역전시회가 취소되고 바이어의 발길도 거의 끊기는 등 사스의 영향으로 이들 도시의 무역중개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내 최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수도인 베이징의 일부 시설이 폐쇄됐고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에서도 환자 발생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보도됐다. 이렇게 되자 최근 외자기업의 동태가 심상치 않아졌다. 아디다스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중국 내 공장의 휴가를 늘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스 피해 확산으로 중국 내수가 감소하면 그 동안 중국 고도성장의 주요 동인이었던 연간 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사스 피해가 장기화되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한번 이 지역에 엄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중국(홍콩)의 환율은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한 단계 크게 절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곧 97년에 경험한 것처럼 지역 내에서 경쟁적인 환율절하 전쟁을 다시 촉발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현재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서구 자본들이 투자처를 남미지역으로 옮기는 등 지역 내 외자유출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악순환이 현재화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도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올해 3월까지 우리의 대 중화권 수출비중은 27.2%로 급증해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중화 경제권의 침체는 우리 정보기술(IT)분야 수출의 급감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불안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북핵문제 등 악재가 중첩돼 있는 상황에서 사스의 후(後)폭풍이 단기간 내 진정돼 조기에 끝나길 바랄 뿐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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