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제작된 간호사복을 입은 승희양은 선배 간호사가 점화해 준 촛불을 들고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다. 이어 ‘1일 환자’로 입원한 고화영씨(25·한마음병원 간호사)를 정성껏 돌봤다. 승희양은 환자의 체온을 재고 선배 간호사의 주사 놓는 일도 거들었다. 환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상함도 보였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승희양이 서울 집을 떠나 멀리 제주에서 ‘간호사’가 된 데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도움이 컸다. 이 재단이 승희양의 ‘제주여행과 간호사 되기’ 소원을 들어준 것.
재단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병마와 싸울 수 있는 힘과 용기,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세 때부터 투병을 시작한 승희양은 최근까지도 5분을 걷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한 생애 첫 제주여행에서는 2시간 이상 신나게 걸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 주위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승희양의 어머니 이은정씨(35)는 “아이가 오랫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제일 많이 접한 사람이 간호사들이다 보니 소원이 ‘간호사가 되는 것’이 됐다”며 “아픔을 잊고 즐겁게 지내게 해준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아이가 엄마 아빠의 신혼여행 비디오를 보고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했다”며 “하루빨리 아이와 함께 많은 곳을 가보고 싶다”며 속울음을 삼켰다.
환하게 웃으며 간호사 활동을 마친 승희양은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간호사들이 제일 부러웠어요. 완쾌되면 꼭 간호사가 돼서 아픈 어린이들을 도울 거예요”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열심히 간호활동을 한 승희양에게 이날 ‘명예간호사증’을 수여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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