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신혼여행 건강상식 "설마 病이…"하다 허니문 망친다

  • 입력 2003년 3월 16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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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P씨(35·여)는 지금도 신혼여행을 생각하면 ‘악몽’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열대 휴양지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요도가 따끔거리더니 귀국한 후에도 좀처럼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P씨는 남편이 이상한 ‘상상’을 할까봐 몰래 항생제를 복용했다. 그러던 도중 임신 사실을 알았다. P씨는 항생제 때문에 기형아가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정상아로 태어났다. P씨는 자신이 방광염에 걸렸고 병원을 찾았으면 쉽게 치료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K씨(33·서울 마포구 도화동) 부부는 지난해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평생 첫 해외나들이였다. 그러나 5박6일의 신혼여행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끼니를 거의 거르다시피 했기 때문.

결혼시즌을 맞아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여행 중 혹시 생길지 모르는 탈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국내를 신혼여행지로 선택할 경우에는 큰 탈은 없다. 그러나 여행지를 해외로 정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언어, 문화, 풍토 등이 모두 달라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을 경우 난감해진다. 따라서 충분한 준비를 하고 떠나는 게 가장 좋다.

▽‘첫날밤 증후군’=첫날밤이 ‘첫 관계’라는 의미는 많이 퇴색됐지만 ‘첫 의식’으로서의 의미는 여전히 크다. 따라서 혼전 성관계가 있는 신혼부부라 하더라도 이 날만큼은 상당히 긴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첫날밤 스트레스는 남자에게 더 많다. 의학자들은 “남자는 여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변강쇠 증후군’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의학자들은 여자의 경우 성적 반응의 수위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런 ‘첫날밤 증후군’으로 인해 남자가 일시적인 발기부전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식을 치르느라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도 발기부전의 이유가 된다. 피로연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면 발기부전의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성 경험이 없는 여자는 지나친 걱정으로 질 경련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 경우 ‘여성’이 열리지 않아 ‘남성’이 들어갈 수 없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부담감이 극도로 심하면 첫날밤에 그냥 잘 것을 권하는 의학자들도 많다.

‘첫날밤’을 다음날로 미루고 맥주나 와인을 가볍게 마시면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것.

▽‘허니문 방광염’=첫날밤을 치른 뒤 3∼4일 뒤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 볼 때 찔끔찔끔 나오거나 쓰리고 아프면 ‘허니문 방광염’에 걸렸을 확률이 크다. 주로 성 경험이 없는 여자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첫날밤을 ‘격하게’ 치르면 허니문 방광염을 의심할 수 있다. 허니문

방광염은 여성의 요도가 짧고 요도 입구가 질과 가깝기 때문에 성관계 도중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들어가서 생기는 질환. 고름이 나오지는 않는다. 성관계가 주원인이지만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병할 수도 있다.

질병에 대한 상식이 없으면 신랑의 ‘전력’을 의심하거나 자신이 병에 걸리지 않았나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경우 신혼 여행이 끝난 뒤에도 부부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허니문 방광염은 비뇨기과를 찾으면 쉽게 치료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리 병원을 찾아 상담한 후 항생제를 먹으면 예방이 가능하고 성관계 후 소변을 바로 시원하게 봤을 때도 방광에 들어갔던 세균이 도로 빠져 나온다.

▽여행지 풍토병=연중 열대기후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은 풍토병의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실제 이 지역 여행객의 50%가 크고 작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등은 주로 벌레나 모기에 물려 발병하며 여행자 설사, 이질, 장티푸스는 음식이나 물에 의해 전염이 된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려면 항말라리아와 같은 항생제를 여행 1주전부터 복용하기 시작해 귀국한 뒤에도 1주일에 1회씩 4주를 복용하면 된다. 설사는 4,5명 중 1명 꼴로 흔히 발생하는 질병. 80% 이상이 3∼4일 뒤 완치되지만 증세가 심하면 항생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3주 이상 열대 지역을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맞도록 한다.

국립보건원 해외여행자 정보(http://dis.mohw.go.kr/main_5.html)를 클릭하면 지역별로 전염병 종류와 예방접종 정보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기타 주의할 점=신혼 여행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기 위한 ‘이벤트’다. 따라서 배낭여행이나 오지체험, 트레킹 등 극도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여행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여행지로는 휴양지 등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정하는 게 좋다.

장시간 비행 도중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순간 갑자기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이코노미(일반석) 증후군’도 조심해야 한다. 물이나 이온음료를 중간에 보충해 주고 복도를 수시로 걸어다니는 게 좋다.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고추장 등을 가지고 가는 것도 좋다. 튜브 형태로 돼 있는 것은 휴대가 간편하고 먹기에도 편한 장점이 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기내식을 제공할 때 함께 주기도 한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형기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장경희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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