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의 비즈북스]'Brand Masters'…아이덴티티가 힘이다

  • 입력 2003년 3월 7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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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Masters/낸시 코엔 지음/브랜드 앤 컴퍼니 옮김/488쪽/1만6000원/세종서적

시대를 불문하고 위대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는 항상 독자들을 흥분시킨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사업을 일으켰고, 성장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드물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존재했던 여섯 명의 위대한 기업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인물 소개 위주의 전기류는 아니다. 비록 책의 구성은 인물별로 되어 있고, 스타일도 역사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철저히 기업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분석되고 서술되었다. 도자기, 식품, 유통, 화장품, 커피, 컴퓨터 산업 등 사업 분야는 모두 달랐지만, 이들 기업가는 몇 가지 독특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우선 이들은 모두 시장을 창조한 경영자들이었다. 이들은 선도 기업에 의해 사업 방식과 관련 인프라들이 잘 구축된 기존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 변화에 의해 새롭게 부상하는 신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니면 기존 시장에 진출했더라도 경쟁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였다. 예컨대 웨지우드의 도자기나 하인즈의 식품, 마셜 필드의 백화점, 에스티 로더의 화장품 등은 산업혁명이나 유통혁명에 의해 시장이 형성될 무렵에 사업을 시작해서 시장을 창조한 경우이다.

반면 스타벅스나 델 컴퓨터는 기존 시장에 뛰어든 사례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경우이다. 즉, 당시 커피산업은 청량음료에 밀려 소비가 줄어드는 사양산업이었으며, 컴퓨터 산업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마진이 적은 경쟁시장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고급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 사업과 고객 주문에 의한 직접 판매 방식으로 열악한 시장 조건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다.

저자가 주장하는 위대한 기업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신들의 상품을 차별화하고, 고객들의 변화하는 선호도에 반응하는 의미 있는 브랜드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사실 웨지우드나 하인즈, 필드가 활동했던 19세기는 브랜드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날 전문가들이 충고하는 문제, 즉 제품에 대해 차별화되고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용할 만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이들은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원칙과 약속을 지켜 나갔다.

하인즈는 공장을 대중에게 공개한 최초의 미국 업체였으며, 마셜 필드는 당시 흔치 않던 자유로운 환불 규정을 만들었고, 에스티 로더는 미국 전체를 여행하며 무료 메이크업과 샘플들을 나누어주었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모두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금, 재고, 인력 문제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다만 실수로부터 빨리 배우고 재빨리 조정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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