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하는 신호철 AP기자 “한국언론 정확-심층성 부족”

  • 입력 2003년 2월 25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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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통신사인 AP통신의 신호철 뉴스 에디터(63)가 이번 주 근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한다. 폴 신이라는 영어 필명으로 알려진 신씨는 한국 외신기자 2세대 중 마지막 현역 기자.

서울대 사범대 영어과를 졸업한 신씨는 1965년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69년 UPI에 입사했고 86년부터 AP에서 일했다.

그는 “통신사 기자 초기에는 송고 수단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전화 회선 부족으로 집에 전화도 놓지 못해 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때 대여섯 시간이나 모르고 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회고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는 80년 2월 존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과 동행해 전방 1사단을 방문했던 것. 위컴 사령관은 12·12 이후 등장한 신군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신군부에 의해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게 생일 꽃바구니를 보낼 정도였다. 따라서 위컴 사령관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사단장을 지냈던 1사단을 방문한 것은 미국의 ‘신군부 승인’을 암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국 언론사 기자여서 군사정권 시절에도 언론자유를 많이 누렸을 것 같지만 그에게도 감시의 손길은 떠나지 않았다. 도청, 미행은 물론 5공 초기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남산 안기부에 불려가기도 했다.

신씨는 “한국 언론도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정확성, 심층성에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입사하는 친구들에게 국내 언론에 난 기사는 반드시 사실여부를 확인하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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