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새정부출범前 돌연 퇴진…방송계 새판짜기 신호탄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49분


코멘트
유임이 유력시됐던 김중배 MBC 사장이 2년여 임기를 남긴 17일 돌연 사표를 제출하고 잠적한 데 대해 방송계는 놀라움과 함께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방송 새판 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까지 방송위원장 선임 및 KBS 사장으로의 이동 등 하마평에 오를 때마다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의 사표 수리 및 신임 사장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사장의 측근들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측과의 사전조율은 없었으며 세대 교체를 위한 용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당분간 휴식을 취하다 시민운동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 당선자가 최근 극비리에 김 사장을 만나 KBS 박권상 사장 퇴임과 연계해 물러날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가 어떤 식으로든 김 사장을 ‘예우’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는 이들도 있다. 노 당선자측은 11일 임기가 만료된 방송위원장의 인선을 고민하면서 “김 사장 같은 사람이 더 없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 사장의 전격 사표로 인해 5월22일 임기가 끝나는 박권상 KBS 사장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노 당선자와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박 사장은 대선 직후 사석에서 “임명권자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이후 노 당선자의 측근이 박 사장을 방문해 “당선자와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교체 시기만 논의되고 있었을 뿐이다.

노 당선자는 최근 사석에서 “KBS 사장은 이미 내 마음에 있다”고 말해 의중에 두고 있는 인사가 있음을 시사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해직언론인 출신 S씨와 J씨, 또 다른 S씨 등이 KBS와 MBC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기성 주류 언론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인사들인 데다 방송을 잘 모른다는 것이 약점.

한 방송계 인사는 최근의 방송계 움직임과 관련해 “도대체 새 정부의 언론방송 정책 및 고위직 인선을 어디에서 주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같은 사안이 방송사 안에서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비선라인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이 우리 방송의 서글픈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