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 "기계와의 대결 이번엔 이긴다"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38분


세계 체스 챔피언인 러시아의 가리 카스파로프(39)가 26일 뉴욕에서 벌어진 ‘인간 대 컴퓨터’ 체스경기 6번기 중 첫 경기에서 컴퓨터 체스 챔피언 ‘디프 주니어’에 이겼다고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경기는 국제체스연합(FIDE)이 인가한 최초의 ‘인간 대 기계’ 대전으로 경기 시간이 최장 7시간까지 허용되는 전통의 경기방식에 따라 치러졌다.

카스파로프씨는 97년 또 다른 컴퓨터 체스 선수인 ‘디프 블루’와의 경기에서 패해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첫 패배라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에도 그는 첫 경기에선 이겼다.

‘디프 주니어’는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만든 체스 선수(프로그램)로 초당 300만개의 수를 계산해 낸다. 지난해 7월 세계 컴퓨터 체스 경기에서 우승함으로써 3년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디프 주니어’는 경우의 수 계산에선 초당 3억개의 수를 계산했던 ‘디프 블루’에 뒤지지만 종합적인 전략을 짜는 데는 한 수 위여서 더욱 상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프 주니어’는 이날 경기에서 인간처럼 다음 수가 어려울 때면 오랜 시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줘 관전자들을 놀라게 했다.

카스파로프씨는 12세 때 구소련의 체스 챔피언이 된 후 22세에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올라 한때 1500년 체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그러나 97년 ‘디프 블루’에 패배한 후 와신상담, 복수의 기회만을 기다려 왔다.

그는 경기 전 ‘심적 부담을 느끼지도, 피곤해지지도, 배고픔을 느끼지도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법을 집중 연습했다고 말했다.

카스파로프씨는 이미 참가비로 50만달러를 받았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면 30만달러, 지면 20만달러, 비길 경우 25만달러를 받는다.

두 번째 경기는 28일, 마지막 대전은 다음달 6일에 벌어지며 모두 인터넷으로(www.x3dworld.com) 생중계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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