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봉사활동 김효진씨 "노는 것보다 남 돕는게 더 좋아요"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30분


19일 김효진씨(오른쪽)가 남자친구 김기중씨와 함께 의정부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를 찾아 아기들을 정성스레 안아주고 있다./박중현기자
19일 김효진씨(오른쪽)가 남자친구 김기중씨와 함께 의정부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를 찾아 아기들을 정성스레 안아주고 있다./박중현기자
대통령 선거일이던 19일 오후 1시. 새벽같이 투표를 마친 김효진(金孝珍·23·삼성전자 TN총괄 인사지원그룹 사원)씨는 인천의 집에서 2시간 거리인 의정부시 경기북부 아동일시보호소를 찾았다.

김씨는 엄마를 만난 듯 방긋방긋 웃으며 품에 기어오르는 생후 3개월 된 상혁이의 옷을 벗기고 팔다리를 베이비오일로 정성스레 문지르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이곳에 맡겨진 아이들은 고아나 미아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발육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지요. 이렇게 다리를 주물러주면 성장이 빨라지고 감기도 덜 걸려요.”

입사 5년차인 김씨는 회사에서 이름난 ‘천사표’이자 ‘봉사활동 마니아’다. 놀 일 많고 할 일도 많은 신세대지만 주말시간의 대부분을 봉사활동에 바친다.

김씨가 사회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인천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듬해인 1999년. 취미 삼아 회사의 수화동호회에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1년 뒤부터는 PC통신의 수화동아리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에 1년 이상 경기 평택시의 농아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1999년에는 회사의 부서에서 지원하던 ‘독거 노인의 집’을 찾았다가 더러워진 벽지를 보고 새로 발라준 것이 계기가 돼 새로운 봉사활동을 찾았다. ‘하트 페인터’라는 도배모임을 조직해 회사의 지원을 받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독거 노인들을 찾아 한 달에 한 집씩 도배를 해준다. 이제는 도배 실력이 웬만한 전문가 버금간다고.

“한 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사는 낡은 집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화장실도 공동으로 쓰는 집이었죠. 벽지를 새로 바르고 장판을 갈아드렸더니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여보, 신혼집 같구려. 우리 오늘…’ 하며 얼굴을 붉히시더라고요.”

이런저런 봉사활동으로 자신을 얻은 김씨는 올해 초 새로운 봉사활동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지하철에서도 아기를 보면 도저히 못 지나가요. 너무 예뻐서요. 그래서 아기 만나는 일을 해보기로 했죠. 봉사활동도 ‘적성’에 맞아야 오래 가거든요.”

김씨는 올해 초 3일간 휴가를 내 집중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베이비마사지 전문강사 2급 자격증을 따냈다. 그 다음에는 회사 내 동료들을 모아 마사지 교육을 하고 두 팀으로 나눠 격주로 경기북부 아동일시보호소를 찾았다.

“엄마는 가끔 속상해 하세요. 직장생활도 힘든데 주말에 웬만하면 집에서 쉬지 또 봉사활동 가냐고요. 하지만 전 이게 즐거워요. 그리고 봉사하다가 신랑감도 만난걸요. 아기 마사지며 도배며, 남편감 교육하기에는 ‘딱’이에요.”

효진씨와 내년 5월 결혼할 예정인 김기중(金基中·31)씨는 같은 기업의 홍보담당자. 회사 내 수화모임에서 효진씨에게서 수화를 배우다 ‘천사’ 같은 마음씨에 폭 빠져버렸다고. 2년 이상 봉사활동을 같이 해 이제는 기중씨도 베이비마사지 실력이 수준급이다.

효진씨는 “결혼해도 회사일과 봉사활동은 계속할 거고 아이는 둘만 낳을래요. 더 많으면 주말에 다른 아기들 봐주기 힘들잖아요”라고 활짝 웃으며 말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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