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 우이동 옛집 보존 논란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9시 15분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1890∼1957)이 살았던 고택(古宅·사진)을 보존할 것인가, 말 것인가.’

최남선이 1941년부터 기거하면서 집필활동을 했던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옥 ‘소원(素園)’의 보존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문화재 전문가들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 서울시는 이 고택을 시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달라는 강북구의 요청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심의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최남선이 말년에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했다는 점.

“최남선은 우이동에서 살기 시작한 1941년부터 본격적으로 친일활동을 했다. 친일파의 집을 왜 보존하느냐. 게다가 이 한옥은 건축물 자체로도 그다지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표석 정도만 세워도 되는 것 아닌가.”(보존반대론)

“최남선은 친일파라고 해도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최초의 신체시를 발표하는 등 대표적인 역사인물이고 친일파의 집 역시 소중히 지켜야 할 문화재다. 그래야만 후대에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보존찬성론)

찬반론이 맞서자 서울시와 시문화재위원회는 최남선에 대한 역사학계의 의견을 들은 뒤 내년 초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1928년에 세워진 이 고택은 대지 463평, 건평 56평으로 최남선이 1941년부터 1950년까지 친일 관련 글 등을 썼던 곳. 현재 최남선 후손의 지인인 김모씨가 살면서 관리하고 있으나 노후한 데다 담이 허물어지는 등 많이 훼손된 상태다.

최남선의 후손들은 보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후손들은 최남선의 이름이 거론되면 될수록 친일이라는 상처가 다시 덧난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 집을 매각해 아예 잊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