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팀 감독 이원우씨 "농구에 '제2인생' 바치렵니다"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26분


“이거 없었으면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거요.”

농구공을 건네주자 공을 톡톡 치는 그의 얼굴에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가 번졌다. 이원우씨(李園宇·44). 실업농구시절 명문팀인 현대의 주전 가드로 코트를 펄펄 날았던 스타플레이어이자 1980년대 이른바 ‘오빠부대’를 이끈 주역 중의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처럼 살아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씨는 지난 1일 폐막한 2002 부산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에 휠체어농구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나서 비록 호주에 분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94년 14년간 정들었던 현대 농구단을 은퇴한 그는 현대 그룹 홍보실에서 일반직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새 생활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 된 95년 6월 사무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뇌 중간에서 왼쪽으로 5㎝짜리 종양이 발견된 것. 결국 뇌의 일부를 들어내는 8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강골 (强骨)체질 덕분에 빠른 회복세를 보인 그는 97년 대전고 코치로 꿈에도 그리던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TV 프로농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또 한번의 날벼락이 닥친 건 2000년 9월. 5년 전 수술한 부위에서 또다시 종양이 발견돼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생명은 건졌지만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주황색 농구공만 보면 어김없이 신이 났다. 그래서 맡은 게 서울비전 휠체어농구팀 감독. 무보수 자원봉사직이지만 모든 열정을 쏟은 결과는 휠체어농구 최고의 지도자가 된 것. 국가대표 감독 자리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호주한테 이겼어야 하는데…” 그는 아직도 결승전에서 호주에 진 것에 대해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 “우리도 일본만큼 지원만 해준다면 세계 4강은 문제없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그는 요즘 한국 휠체어농구팀을 세계 4강에 올려 놓는 일에 몰두해 있다.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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