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C, 오피스텔 장사 말라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8시 31분


MBC가 경기 고양시 일산에 방송제작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여기에 1500가구 규모의 오피스텔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잘못이다.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집장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욱이 건축연면적 10만여평 중 스튜디오 공개홀 등 방송시설은 26%에 불과하고 오피스텔이 48%로 거의 절반이라니 어느 쪽이 몸통이고 어느 쪽이 꼬리라는 얘기인지 이해가 안 된다. MBC측은 오피스텔 중 25% 정도가 방송 종사자들의 작업용도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과 근린생활시설 등을 합하면 모두 61.5%가 방송관련 시설이라고 주장한다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마치 공무원이 집에 일감을 가지고 가면 그곳도 공공시설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특히 MBC가 이 땅을 구입할 때 지구단위계획상 용도는 ‘중심업무시설’이었고, 권장용도는 ‘통신촬영시설 및 관련시설’이었다. 그런데도 절반 정도를 오피스텔로 짓고 이 중 75%를 일반분양하기로 했다니 이 경우는 용도변경을 통해 명백한 특혜를 받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변의 다른 건축주가 MBC처럼 우리도 용도변경을 해야겠다고 나설 때 당국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MBC의 건축계획이 주변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지역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고양시는 건축허가를 내주면 안된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사회를 감시하고 여론을 선도해야 할 언론사가 국민의 눈에 부동산개발업자로 비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MBC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 살인장면 보도, 연예계 비리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마당에 오피스텔 장사까지 하겠다고 나섰으니 MBC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는 게으르면서 ‘돈벌이’에만 앞장서는 것은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MBC 오피스텔 신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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