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영수'펴낸 소설가 김유미씨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아버지를 꼭 빼닮은 딸이 그의 잊혀진 삶을 촘촘히 엮어냈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 일일연속극 ‘똘똘이의 모험’(1946·경성중앙방송국)과 본격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1960년대 인기드라마 ‘사랑이 문을 두드릴 때’(KBS), 제1회 전국연극경연대회 1등 당선작 ‘혈맥’ 등을 썼던 소설가이자 극작가 김영수(金永壽·1911∼1977). 지금은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그의 딸로 ‘문학’의 대를 이어가는 소설가 김유미씨(61·사진)가 ‘작가 김영수’(총2권·민음사)를 통해 아버지의 삶과 문학을 투영해냈다. 1940∼1970년대 한국 문화계의 중심에 있었던 그의 궤적에서 한국 현대 문화사의 면면을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소설의 형식으로 아버지의 삶을 풀어내기 시작한지 무려 12년.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사거리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김씨는 “늘 마음 속에 담아 뒀던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며 “조금 전 원로시인 구상 선생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구상 선생께서 참 반가워 하시면서 미국 가기 전에 꼭 한 번 보자고 하시더군요. 아버지 시대 때 같이 활동했던 분들이 점차 세상을 떠나실 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안수길 김동리 정비석 황순원 선생님 등,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이 곁에 계시질 않는 거예요.” 이 책을 보고 가장 기뻐하실 분들인데….”

그는 ‘우리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인 아버지 이야기를 왜 쓰지 않느냐’는 신상옥 영화 감독의 ‘질책’을 비롯해 아버지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격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1963년 미국 유학을 떠났던 김씨는 미국 일리노이주 공립학교에서 이중언어 교사 생활을 하며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왔다.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가 20개가 넘었어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1930∼1940년대 신문기사를 뒤지기도 했지요. 아버지가 신문에 기고하셨던 문예평론들을 많이 찾았습니다.”

1934년 신춘문예로 막 문단에 발을 들여 놓은 신인 김영수가 쓴 ‘등단이라는 등용문을 부숴야 한다’ ‘남의 글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 평하는 평론가들은 화전민 부락으로 보내자’라는 패기 넘치는 글이 “어려운 순간들을 딛고 소설을 마칠 수 있도록 한 힘이었다”고 김유미씨는 말했다.

책이 출간된 다음날 김씨는 책을 들고 경기도 용인, 아버지가 잠든 곳을 찾아 책을 곁에 놓고 왔다. “아버지가 ‘그 책, 두고 가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요.”9일 오후 6시반 ‘작가 김영수’ 출판 기념회가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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