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석조문화재,세월에 깎인 1000년예술 보존방안 없나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30분


불국사 다보탑의 훼손 부위(점선 부분).동아일보 자료사진
불국사 다보탑의 훼손 부위(점선 부분).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국보 20호 다보탑, 국보 21호 석가탑, 국보 112호 감은사터 서탑이 0.6∼1도 기울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1도 기울기는 석탑의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이들 석탑은 균열과 부재 약화 등 전체적으로 훼손이 심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들어 국보 112호 감은사터 동탑의 옥개석 일부가 부서지고 국보 48호 월정사 8각9층 석탑에서 균열이 확인되는 등 석조물 훼손이 잇따르고 있다. 석조문화재는 아니지만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의 석축 한가운데 홍예문(虹霓門) 석재 일부가 풍화를 견디지 못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석조 문화재 현황과 훼손 실태〓국내 석조문화재는 국보 64기, 보물 442기(이상 국가 지정)와 시도지정문화재 637기가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의 석탑 석불 부도 석등 등이 주류를 이룬다. 대부분 1000년 이상 야외에서 풍화에 노출돼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

다보탑, 석가탑, 감은사터 동서탑은 산성비와 바닷바람의 염분으로 인해 탑의 강도가 약해졌고 탑 기단부에 이끼가 많이 끼었으며 석재 곳곳이 균열돼 전체적으로 탑이 불안정하다. 석가탑은 석재 표면의 석재가 벗겨지고 있다.

국보 48호 월정사 8각9층 석탑도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단부의 부재 일부에 금이 갔고 탑 전체에 16개의 크고 작은 균열이 발생했다. 부재와 부재 사이도 벌어졌다.

▽석조 문화재 보수 보존의 딜레마〓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한국건축사)은 “석재는 강하긴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면 급속도로 약화된다”고 말했다.

석조문화재 보수 보존엔 적잖은 딜레마가 따른다. 보수를 위해 탑 등을 해체하려다 오히려 탑의 훼손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석조문화재 전문가는 “96년 감은사터 동탑을 해체 보수했지만 기단부 아래에 잡석을 부실하게 채워 기단부가 불안전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동국대 교수(한국건축사)는 “1000년 이상 안정적으로 버티어오던 석조물을 해체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가능하면 해체하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탑골공원의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 석탑의 경우, 비바람과 비둘기 배설물 등으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2000년 유리 보호막을 만들었지만 실패작으로 거론된다. 석탑을 유리 안에 가두어 탑의 참 맛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대책〓전문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 문화재 담당 국가기관의 석조문화재 보존처리전문가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한 명뿐이고 지방자치단체에는 한 명도 없다. 전문가를 양성해 석조 문화재 훼손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뿐 아니라 광물학 암석학 전공자들이 석조물 보존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황상구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암석의 성질과 특성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보존 방안에 대한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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