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고은씨 “술꾼 시인들 줄어 시적 절실성 감소”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41분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최근의 시가 가슴에서 터져나오지 않고 머리에서 짜여져 나오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로시인 고은씨(69)가 술 마시는 시인이 줄어든 현실을 언급하면서 시인의 소시민화, 시의 위기에 대해 지적해 눈길을 끈다. 그는 계간 ‘시평’에 수록된 ‘시의 벗들에게’라는 글을 통해 “이백, 두보는 중국문학의 근본에 술이 얼마나 깊이 관련되는가를 자랑한다. 시와 술이 혼연일체가 된 것이 그들 고대 서정의 광활한세계였다”며 “술의 고전적 의미가 모독당하는 것과 함께 시적 절실성이 감소되어 간다”고 현재의 우리 시단을 평했다.

그는 “머리로 시를 쓰는 시인, 안테나로서의 시인에게는 삶과 역사에 대한 절실성이 결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부디 시의 위기를 외부에서 찾지 말기 바란다. 첨단문명이나 영상문명, 산문의 폭력과 시장주의 따위에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인간으로부터 시가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도 시쪽의 책임이라는 내재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평’은 그 동안 무크지로 8호까지 발행했고, 이번 가을호부터 계간지로 공식 창간됐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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