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기대만큼 부담 큰 주5일 근무제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성남에 사는 김혜원입니다. 몇 주 전에 낚시 이야기를 쓰셨던데 제 남편도 낚시광이에요. 특히 밤낚시를 즐겨 합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가장을 둔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렇듯이 주말만 되면 한바탕 싫은 소리가 오갑니다. 게다가 이제 주 5일 근무제까지 실시된다니 남편만 살맛난 것 같아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주말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낚시의 핵심은 몰입에 있습니다. 특히 생각이 많아 스트레스를 겪는 현대인에게 추천할 만한 좋은 취미입니다. 찌의 작은 움직임에 몰두하다 보면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영혼까지 맑아집니다. 과장이 심한 것 빼고는 대부분의 낚시꾼이 착한 까닭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생각하기 위해 낚시를 간다는 사람들은 모두 가짜입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낚시를 하는 겁니다.

김혜원씨의 경우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낚시터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수지쪽에 가면 고기리 유원지가 있는데 그 안에 삼우낚시터(031-718-2904)가 있습니다. 낚시터 주변에 잘 가꿔진 소나무 숲이 있어서 아이들과 야영을 할 수 있고, 작은 개천도 있어 물놀이도 할 수 있어요. 조금만 걸어나가면 우아한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서 붕어 비린내만 맡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 텐트를 치고 야영하면서 밤에는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 먹고, 새벽에는 물안개가 가득 피어 오르는 호수를 보며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겁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둘만의 ‘닭살 돋는 분위기’가 그리 싫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주말에 낚시 안 가고 집에 있으면 정말 좋을까요? 대부분의 가장들도 주5일 근무제가 본격 도입되면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될거라고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물론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여행도 함께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그러나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으면 대부분 주말을 집에서 보내게 되지요. 정작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아내들이 남편이 하루종일 별일 없이 집에만 있는 것을 못 견뎌 하지 않나요? 간단한 예로, 예전 같으면 남은 반찬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말 점심식사부터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꼬이고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집에 있는 남편의 존재가 점차 못마땅하고 짜증스러워지죠. 주말부부를 오래 한 후 다시 함께 사는 경우나 남편이 명예퇴직한 경우에 일어나는 전형적인 부부 갈등이 주5일 근무제 이후 많은 가정에서 나타나게 될 겁니다.

주5일 근무제로 모든 가족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함께 즐기는 방법을 준비하지 않은 가족은 불행해집니다. 준비된 대통령보다는 준비된 가족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요즈음입니다.www.leisure-studies.com

김정운 명지대 여가정보학과교수·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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