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 25시]<2>리더가 되는 연습

  • 입력 2002년 7월 3일 19시 08분


입사 4년차인 OB맥주 이나영 대리(30)는 입사 직후 회사에 쉽게 정을 붙이지 못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이 대리는 회사에 믿고 따를 만한 여성 선배가 없다는 데 대해 고민이 컸다.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이 전통으로 자리잡힌 주류업체라서 그런지 회사는 여직원들을 승진시키는 데 인색했다. 임원은 물론 과장급 이상에는 한 명도 없었다.

캐나다 대사관과 뉴질랜드 관광청 등 외국기관에서 4년 동안 근무하면서 여성 선배들을 사적으로 만나 업무 노하우를 배우곤 했지만 OB맥주에는 이런 모임도 거의 없었다. 또 남성 선후배들에게는 ‘속 얘기’를 털어놓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글 싣는 순서▼

- <1>공주에서 아줌마로

2년 정도 다니다가 다른 회사를 찾아보겠다던 이 대리가 회사에 정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의외의 ‘정신적 후원자’를 만났기 때문. 하지만 그는 여성 상사도 아니고 한국인 직원도 아니었다.

“두산그룹이 OB맥주 지분 일부를 벨기에 인터브루사(社)에 매각하면서 OB맥주로 오신 미국인 부사장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 분은 저에게 많은 일을 맡겨주셨고 제가 일을 끝낼 때마다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꼬박 꼬박 알려주셨어요.”

미국인 부사장은 올해 초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 한국을 떠났다. 이 대리는 어느 정도 직장생활에 적응을 하고 여성 동료들간의 모임도 활발해졌지만 아직 새로운 후원자로 따를 만한 여성 선배는 찾지 못했다.

이 대리처럼 직장에서 믿고 따를 만한 여성 선배들이 없다고 토로하는 커리어우먼이 적지 않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은 여성들은 육아 등의 문제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여성 직장인들이 입사 초부터 스스로 리더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일기획 이정은 대리(31)는 “여성들은 남성 동료들처럼 모임도 많지 않고 모임이 있어도 참석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후배들이 선배들과 친분을 쌓을 만한 계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중간관리자나 임원의 자질 가운데 중요한 요소인 ‘사람 관리하는 기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

올해 3월 30대의 나이에 국민은행에서 비중이 큰 명동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아 화제가 됐던 윤설희 지점장(39). 그는 “여성 직장인들도 적극적인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직장에서 많은 여성들이 실력면에서는 남성 동료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아요. 이제는 여성들도 조직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직 내부나 외부 사람들과 대인관계를 넓혀나가야 합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