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안터진 첫골＂ 13억 허탈…브라질에 0대4 대패 중국표정

“세계의 벽은 역시 두껍고 높았다.”

중국은 8일 2차전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4로 대패하면서 16강 탈락이 사실상 확정되자 실망을 금치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터키와의 마지막 경기가 남았지만 골 득실에서 크게 뒤져 있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16강 진출은 어렵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노동자 경기장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수천명의 중국 팬들은 전반전에 중국팀이 3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전 시작되면서 또 한 골을 허용하자 사우디아라비아처럼 0-8로 지는 치욕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베이징의 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장원잉(張文英)은 “브라질에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경기 같았다”면서 “개인기와 조직력, 체력 등 모든 면에서 중국팀이 아직 세계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시민은 “후반전에 자오쥔저의 공이 골포스트를 맞지만 않았다면 그나마 영패를 면했을 텐데 아쉽다”면서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다는 이번 패배를 중국 축구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1차전이었던 코스타리카와의 경기 때보다는 잘 싸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회사원 장메이윈(張梅雲·53·여)은 “수비수들이 실수를 많이 한데 반해 공격수들은 1차전에 비해 실력이 향상된 느낌이었다”면서 “국제적인 경험이 없어서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중국-브라질 경기는 4억명의 중국인들이 지켜봤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추정. 이 신문은 “중국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CSM의 조사결과 이같이 추정됐다”며 “이는 중국 TV 역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월드컵 독점중계권을 갖고 있는 국영 방송 CCTV는 무려 6000만달러(약 750억원)의 광고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 39개에 달하는 지방 케이블 방송사들은 CCTV의 월드컵 경기를 복사해 불법 방영에 열을 올리기도.

○…중국 언론들은 경기 하루 전인 7일 “한국의 전투정신을 배우자”며 중국 대표팀의 해이해진 정신력을 질타했다.

북경만보는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마지막 1분까지 목숨 걸고 전력을 다한 예를 들면서 “중국 선수들은 ‘월드컵 정신’이 부족하다”며 따갑게 질책했다.

이 신문은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월드컵 정신”이라며 “프랑스팀이 한 명이 퇴장한 가운데 우루과이와 비기는 투혼을 발휘한 것도 바로 이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