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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6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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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표 사업 이권개입 등 최씨의 각종 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솟구친 것은 최씨의 수행비서 겸 전속 운전사가 최씨의 비리를 공개한 것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전속 운전사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노출하는 이들에게는 ‘가슴 철렁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고위 관리, 기업체 임직원 등은 보안도 유지하고 운전사와의 관계도 빗나가지 않게끔 어떤 방법들을 쓰고 있을까.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방음(防音) 칸막이가 설치된 승용차를 구입한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보편화된 노하우. 아미가 호텔 등 서울의 호텔들에서도 손님이 원할 경우 칸막이가 설치된 리무진을 렌트해준다. 운전사와 고객은 ‘인터폰’을 통해 통화할 수 있다.
●외국어나 약어를 섞어 쓴다.
승용차 뒷좌석에서 보안이 요구되는 대화를 해야 할 경우 일부러 영어나 일어 등을 섞어 쓰는 이들이 많다. 비어(秘語) 수준의 사적인 약어를 쓰는 이들도 있다. 라디오를 틀게 해놓고 낮은 소리로 속삭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방어책.
●골프장 갈 때는 한 대에 모여 타고 간다.
일요일 저마다 차 한 대씩 타고 골프장에 당도하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운전사들은 자신들의 고용주에 대해 한마디씩 하기 십상이다. 운전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엄청난 기업비밀 유출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출되지 말아야할 ‘사생활’이 경쟁기업에까지 유포되는 결과를 낳는다. 한 기업인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까운 이들끼리 라운딩할 때는 대개 모여서 한 자동차에 타고 간다”고 말했다.
●전속 운전사를 믿고 ‘가족’으로 만든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 삼성그룹 회장실의 전속 운전사 위대식씨(작고)는 40년 가까이 고 이병철 회장을 ‘모셨다’. 이 회장은 위씨를 철저히 신임했다. 위씨는 이사대우의 처우를 받았으며 개인 집무실도 가졌다. 위씨의 근속 경력과 이 회장의 신임을 알던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위씨에게 먼저 인사하곤 했다고 삼성 관계자는 말했다.
경기 의왕시의 한 기업인 집안에는 3대에 걸쳐 이 집안의 부자(父子) 승용차를 운전하는 노(老) 운전사가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줄 경우 전속 운전사는 피 고용자가 아닌 가족과 같은 공동운명체가 된다.
●유리처럼 투명하게 산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기 때문이다.” 전속 운전사들은 50㎝도 안되는 극히 사적인 거리에서 고용주의 대화나 통화를 어쩔 수 없이 듣는다. 방문지가 어디이며, 누구를 만나는지 개인적인 스케줄도 훤하게 알게 된다. 따라서 애당초 성실하고 과묵한 인생의 동반자를 구한다는 생각으로 전속 운전사를 찾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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