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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5일 2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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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평리동에 사는 고홍선(高洪先·40)씨는 전통 회화인 지두화의 맥을 잇고 있는 화가.
고씨에 따르면 지두화는 붓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이나 손톱 끝에 먹물을 찍어 그리는 동양화로 중국 청조시대의 화가 고기패(高其佩)가 창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두화는 선이 날카로워 붓으로 그린 그림에 비해 표현력과 호소력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
한국에서 지두화는 18세기 조선시대 심사정(沈師正), 최북(崔北) 등의 화가가 즐겨 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다.
고씨는 “10여년 전 서울의 한 대학 박물관에서 지두화를 접하고 손톱으로 툭툭 쳐 내려간 선(線)의 매력에 반해 복원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 출신인 그는 “9세 때부터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화백이 세운 연진미술학교에서 한국화의 기초를 닦은 덕분에 혼자서 지두화에 관한 고문헌과 중국 및 조선시대 화가들의 유작을 찾아다니며 기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의 지문이 뭉개지고 손톱이 닳아 없어지도록 작업에 몰두해 이제는 완벽에 가까운 지두화를 그려내고 있다”며 “손톱이 다 닳아 버려 손톱이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림을 그리곤 한다”고 지두화 그리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의 지두화는 음악과 춤이 함께 한 전통 민중 예술. 이 때문에 고씨는 지두화를 그릴 때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신명이 최고에 이를 때 비로소 손끝에 먹물을 묻히기 시작하는 독특한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2001 봉산미술제’에서 지두화 시연을 펼쳐 호응을 받기도 한 고씨는 올 연말경 지두화를 소개하는 책을 출간하기 위해 화법을 정리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