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 지도위해 첫 방한한 佛안무가 플라텔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12분


엘리자벳 플라텔(42). 구 소련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노이자 안무가였던 루돌프 누레예프(1938∼1993)가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무용감독 재직 당시 가장 아꼈던 프리마돈나.

그는 여덟살 때 발레를 시작해 1999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화려한 발레리나 생활을 마감한 뒤 안무가로 변신했다. 최근 한불 예술교류 차원에서 한국 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학생 48명의 안무 지도를 맡기위해 처음으로 내한한 그는 “무용을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같은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 학생들을 지도한 소감은.

“처음에는 부끄러워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자유롭게 울고 웃는 감정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발레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한국 발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은 매우 뛰어난 발레리나여서 잘 알고 있다. 또 98년 파리 발레 콩쿠르의 심사를 맡았을 때 2인무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지영 김용걸의 발레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활동중인 김용걸은 최근 ‘동키호테’의 2막 집시 춤 무대에 섰는데 당초 4회 출연을 6회로 늘였을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

플라텔은 1977년 파리 오레라 발레단에 입단해 스무살 때 솔리스트가 됐고 2년만에 주역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마지막 작품이었던 ‘라 실피드’ 공연 당시 니콜라 르리시, 마뉴엘 레그니 등 두명의 파트너 무용수와 무대에 섰다. 원래는 한명의 상대자와 공연하는게 관례였으나 플라텔의 요청으로 이례적인 ‘두 남자와 춤’이 이뤄진 것.

-22년간 발레리나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공연은.

“처음 접하는 작품마다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고르라면 루돌프 누레예프와 함께 섰던 미국 뉴욕 ‘레이몬다’ 무대였다.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을 무렵이었는데도 그의 몸놀림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당신에게 발레는 어떤 의미인가.

“어릴적 꿈이었던 ‘파리 오페라 발레단 입단’을 이뤘고 앞으로도 발레와 함께 하고 싶다. 발레를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태어나도 발레를 할 것이다.”

플라텔은 6월말 비엔나 무용 콩쿠르 심사를, 7월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마뉴엘 레그리의 무용 지도를 맡았다. 그에게 다시 튀튀(발레복)를 입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요즘도 가끔 주위의 요청으로 강수진이 공연했던 레퍼토리인 ‘카멜리아의 여인’의 주인공으로 나서기도 한다”며 “하루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온몸이 아프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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