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으로 소문난 수도권 공립초등학교는…

  • 입력 2002년 5월 7일 16시 17분


구남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 도서실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다
구남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 도서실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다
"어머, 네 아이들 좋은 학교에 다니는구나."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부 유미선씨(36)는 남매가 다니는 학교 이름만 대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공립인 집 앞의 월촌 초등학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푸른마을의 주부 최춘자씨(50)는 5년 전 서울 잠실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고 친지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어디가 좋겠느냐고 자문을 했다. 이들은 최씨 집에 초등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구동성으로 푸른마을을 추천했다. "수내초등학교에 다닐수 있어서"라는 게 추천사유였다.

서울 월촌과 구남, 분당 신도시의 초림과 수내, 일산 신도시의 문화 등 수도권의 몇몇 공립 초등학교들이 학부모들 사이에 '내 아이를 꼭 보내고 싶은 학교'로 꼽히고 있다.

이들 학교의 공통적인 특징은 △명문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학오는 학생이 늘고 있고 △자원봉사 등으로 학교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들이 많으며 △인근에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목동 월촌초등학교

월촌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45명. 서울 시내 초등학교의 평균치인 36.5명을 훌쩍 넘는다. 올해도 학기 시작 후 전입한 학생수가 이미 80명에 육박한다. 전영길 교장은 “졸업생 전체가 외국어고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신목과 월촌중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5학년 때 전학오는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재학생들은 지난달 말 특별활동 시간에 ‘우리 학교가 좋은 이유’를 설문조사해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 공부를 잘한다, 둘째, 환경이 아름답다, 셋째,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였다. 지난해 부산에서 전학온 4학년 박성현군은 “친구들의 발표력이 좋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느 학교든 한 반에 1, 2명은 있는 기초 학력 부진아가 월촌에는 한 명도 없다. 학교시설은 특별히 빼어나지 않지만 교사 앞쪽 130평 규모의 정원에 앵두 모과 대추나무 등의 유실수와 꽃다지 하늘매발톱 등을 심어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기른다.

●구의동 구남초등학교

서울 광진구 구의3동 동서울터미널 옆 구남초등학교도 전입생들이 꾸준히 늘어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45명을 넘는다. 1998년 개교한 구남은 우선 시설이 좋다. 건물도 새것이고 책걸상도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다. 냉난방 시설이 잘 돼 있어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다. 수도꼭지를 틀면 정수기로 거른 물이 나온다.

교사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매년 학기 초 1년간의 교육 계획을 담은 60쪽 분량의 안내서를 학부모들에게 나눠준다. 학부모들은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자녀의 학교 생활을 준비하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학교에 항의하기도 한다.

이 학교가 특히 주력하는 것은 독서 교육. 신간 위주로 1만2000여권의 책을 구비해 놓은 도서실 외에 학년별로 마련된 ‘열린 학습 공간’에 약 500권씩의 도서가 갖춰져 있다. 교실에도 100권 이상의 학급 문고가 설치돼 있다. 학교 측은 학부모와 교사 공동의 필독 도서 선정위원회를 구성, 매년 학년별로 20권의 필독 도서를 선정한다. 선정위원회는 직접 출판사에서 책을 사 와 정가보다 20% 싼 가격에 학생들에게 판매하며 유통단계를 줄여 발생한 수익금으로는 새 책을 사서 도서실에 비치한다. 도서실에 전문 사서가 없는 대신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가며 사서 역할을 한다.

●분당 수내초등학교

분당 푸른마을의 수내초등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초중고교가 모두 있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학급당 학생 수가 45명 수준이며 최근 7개월 만에 학생수가 100여명 늘었다. 수내 중학교 입학을 위해 3, 4학년부터 전입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분당 초림초등학교

분당 양지마을의 초림초등학교는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전체 학생의 2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해외파가 많다. 학부모 권영선씨(41)는 “학교 측이 학부모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운동 잘 하는 아이들만 ‘스타’가 되는 운동회 대신 학교 축제를 열자는 학부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년 전부터 축제가 열린다.

●일산 문화초등학교

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문화초등학교는 철저한 한자 교육으로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매 학기 한자 경시대회를 열어 만점자를 시상하는데 중국 특수의 영향으로 해마다 만점자가 늘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도도 높다는 것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김현진 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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