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나를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었어 '친절한 친구들'

  • 입력 2002년 3월 26일 15시 39분


◇ 친절한 친구들 / 후안 이춘 글 무라야마 토모요시 그림/ 32쪽 6500원 한림출판사(만 3∼6세)

이기주의가 날로 팽배해지면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돼버렸다. ‘칭찬 릴레이’를 통해 미담의 주인공을 찾는 것도 각박해진 세상에 희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부모 세대들이 그런 만큼 아이들 또한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 낯설고 쉽지 않은 일이겠지.

그러나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감성’을 일깨워주는 일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아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다. 좋은 그림책을 보고 들으며 자란 아이는 굳이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깊게 생각하고 느끼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 책을 보면 어린이들 마음 속에는 이미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하얀 눈이 산과 들을 온통 뒤덮어 버린 겨울날, 아기 토끼는 먹을 것이 떨어져 먹이를 찾아 집을 나섰다가 좋아하는 순무 두 개를 발견한다. 아기 토끼는 순무를 좋아하지만 하나만 먹고 다른 한 개는 역시 배고픔에 지쳐 있을 친구 당나귀에게 갖다주기로 한다. 당나귀 역시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나섰다가 고구마 한 개를 주워들고 집으로 와 보니 순무 한 개가 식탁에 놓여 있다. 아기 토끼가 당나귀에게 준 순무는 아기 염소에게로 가고, 염소에게서 아기 사슴을 거쳐 결국은 다시 토끼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유아들에게 ‘먹을 것’은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삶의 의미가 아닐까? 그런데도 뜻하지 않게 얻은 먹잇감을 가지고 아기 동물들이 자기 이외의 존재를 생각하는 모습은 가슴 속에 훈훈한 여운을 남긴다.

그림책의 그림에서 이야기가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일단 좋은 그림책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특히 유아들에게 보여주고 들려 줄 그림책이야말로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보다 더 빨리 눈치 채는 것이기도 하다. 글과 그림이 동등한 자리에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놓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그림책이다. 줄거리 또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형식이고, 되풀이 말이 자주 나와 유아들이 즐겁게 그림책에 빠져들 것이다.

오 혜 경 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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