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고객누드화보집 경품 논란

  • 입력 2002년 2월 18일 12시 52분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육체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립니다’

신세대 여성의류를 주로 취급하는 대전지역의 패션백화점인 앤비백화점(www.envy.co.kr)이 고객 스스로를 모델로 하는 ‘누드 화보집’제작을 경품으로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백화점은 졸업 입학축하 경품대축제(행사기간 2.15∼2.24)의 하나로 고객이 직접 모델이 되는 누드화보집 촬영권을 고객 2명에게 제공하기로 하고 현재 행사를 진행중이다. 선정절차는 5만원이상 상품구입 고객에게 경품응모권을 증정한 뒤 추첨으로 2명을 뽑는다.

백화점측은 그러나 당첨된 고객이 원하지 않거나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50만원권 앤비상품권을 대신 증정키로 했으며 당첨자의 의사에 따라 ‘세미 누드’나 ‘프로필 앨범’을 대체 제작하는 방안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전YWCA 등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얄팍한 상술”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YWCA는 18일 성명을 내고 “신세대 문화를 선도하는 백화점이 이윤추구를 이유로 성을 상품화하는 경품을 내건 것은 기업윤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성문화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더 나아가 왜곡된 성의식 조장에 대한 사과를 백화점측에 요구했다.

대전여민회 민양운(39·여) 고용평등 상담실장는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면 변화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젊은 여성을 고객으로 하는 백화점측이 이들의 몸을 상품화 해 돈을 벌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성단체들의 이같은 반발은 곧 서명운동, 불매운동 등 행동으로 옮겨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 관계자는 “성을 하나의 문화코드로 이해하는 신세대적 풍속도를 그리려 했을 뿐 성을 상품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행사를 계속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같은 논란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으로 연결되면서 경품 응모율이 타 경품행사보다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게 백화점측의 설명이다.

이 백화점은 1999년에는 쌍꺼풀 수술, 2000년에는 겨드랑이 털 완전 제거수술 등을 경품으로 내걸어 지역사회에서 적잖은 논란을 야기했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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