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일기]'초보 학부모' 설레는 2월

  • 입력 2002년 2월 7일 16시 07분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있어 마음은 바쁘지만 저에겐 가슴 설레는 2월입니다. 날짜로 보아 조금 부족한 듯 하지만 기분좋은 2월이기도 하지요. 달력을 보니 붉은 숫자가 많은데, 그만큼 출근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게 되니 기쁘고, 그 기쁨보다 더 충만한 3월이 있기에 기다리는 2월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벌써부터 책가방을 메고 거울 앞을 서성이며 아침인사 연습에 열중하는 아들이 잠시 후 “학교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요. 동네 슈퍼마켓 가는 거리만큼에 학교가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손잡고 왔다갔다 해보기를 벌써 여러번, 이제는 아이 혼자서도 갈 수 있답니다. 학부모가 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요? 엄마가 되는 기분도 이랬던 것 같습니다. 처음 ‘엄마’란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가슴 벅차던지….

아이를 낳고도 아직 내가 처녀인 줄 착각 속을 헤맬 때 “이제 자기도 아줌마 티나 난다 나”하는 남편의 소리가 그렇게도 서운하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줌마 대열에 서 있는 건 당연하지만 남편은 나의 뱃살을 보고 한마디 더 보탰습니다. “똥배 좀 집어 넣어라.”

쌀 한 줌 쥐듯 쥐어서 어디 자루에 담을 수 있는 배가 아니기에 힘을 주어 가슴을 내밀고 호흡을 멈추었지만 여전히 아줌마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막 걸음마를 배우던 아들이 곁에서 생긋이 웃고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아줌마가 되었다는 걸 당당하고 뿌듯하게 해 주었던 그 일이 불과 며칠 전인 것 같은데, 3월을 기다리는 예비 학부모가 되니 콩콩 가슴이 뜁니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만큼 나의 세월이 간다면….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서글픔을 깨닫게 해 주는 2월이기도 합니다. 3월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2월의 침묵처럼 모자라는 한달이 될 겁니다. 절반의 기쁨을 위해서….

문삼숙 (35·주부·대구 서구 내당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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