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 스파-아로마테라피-요가 등 '명상의 공간' 인기

JW 매리어트 호텔의 '마르퀴스 더말 스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직장인

마음의 안식을 구하는 도시인들이 모두 수도원이나 사찰을 찾아 훌쩍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쁜 일상의 자투리 시간이라도 내어 ‘마음 비우기’를 하려는 사람들을 겨냥해 최근에는 도심의 오피스빌딩 인근에 각종 ‘휴식산업’업체들이 번창하고 있다. 심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명상 상품’도 인기다. 최근의 조류는 부유한 여피족이라면 요가나 선을 하거나 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 심리 카운슬링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서구의 유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파(Spa)

기존의 사우나나 피부비만관리실이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는 특수 마사지, 음악, 향기요법 등의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도입해 ‘스파’ 서비스를 시작했다. 2∼3년 전부터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생겨났다. 미국 대도시에서 2∼3시간 이용 가능한 ‘데이 스파(Day Spa)’를 본뜬 것이다. 업무시간 중에 한 두시간 짬을 낼 수 있는 기업체 CEO, 벤처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등이 주로 이용한다.

비교적 세분화된 서비스를 갖춘 곳이 JW 메리어트호텔의 마르퀴스 더말 스파. 이곳에서 시행하는 ‘아유베딕 마사지(Ayurvedic Shambahanam Massage)’는 전문 마사저들이 100여 가지 인도의 전통 마사지 테크닉 중 동양인에게 특히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두 세가지를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쑥가루, 호호바 오일 등을 이용해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도록 한다.

마사지를 시행하기 전에 먼저 고객과 1대1 상담을 통해 체질, 성격 등을 체크한다. 성격이 급하다든지, 마음이 불안하다든지, 불안과 긴장이 있다든지 하는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

마사지 시간은 1시간 20분. 마사지가 끝나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물침대에 누워 10분간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탄생, 평안, 희생 등의 주제별로 나누어진 명상 음악, 클래식 음악 등 정신을 안정시키는 것들이다. 1회 이용료는 25만원.

이곳의 또다른 인기 스파 종목은 ‘보디랩’. 개인 체질에 따라 다르게 준비된 랩을 감고 그 위에 천연 허브인 카모마일이나 라벤더를 우려낸 물에 적신 천으로 전신을 감싼 후 물침대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물침대의 물은 땀이 약간 날 정도로 일정하게 온도가 유지된다.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라자요가2,3년 전까지만해도 요가는 일종의 ‘운동’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최근 경향은 요가의 명상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

가벼운 운동과 명상의 효과를 함께 얻으려는 수험생, 고시생, 남성 직장인이 주 고객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요가연수원은 고시생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 이곳에서는 수행자를 명상으로 이끄는 ‘라자요가’를 가르친다. 다른 요가의 경우 신체 각 부분을 이용하는 ‘기술’이 강조되지만 라자요가에서는 편안하게 앉는 반가부좌, 두 다리를 꼬아 올리고 앉는 결가부좌 등 명상하는 동안의 앉는 자세만이 강조된다. 기술 수련보다는 한가지 대상이나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명상한 후 자신의 정신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다시 명상하게 한다.

●DIY 아로마테라피

아로마테라피의 경우 특별히 전문기술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원료를 사다가 집에서 시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맞춰 아로마 테라피 강좌가 인기. 원료의 배합과 피부 부위별 마사지법 등을 강의하는 아로마 테라피 전문 업소들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국아로마테라피협회(02-593-7070)는 매주 수요일 일반인을 위한 무료 강좌를 연다. 에센스 오일 고르는 법, 배합법 등이 강의 내용. 청담동의 아로마 코리아(02-3444-5673)는 에센스 오일 활용 방법, 보디 마사지법 등을 주 1회씩 4회 강의한다. 수강료 10만원.

인터넷 쇼핑몰에는 라벤더, 로즈메리, 세이지오일 등 아로마테라피의 원료를 파는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아로마 플러스(www.aromaplus.co.kr) 풀과나무(www.pulgwanamu.co.kr) 등이 여러 종의 오일을 갖추고 있다.

●기타

인터넷 동영상강좌, 기(氣)제품 등이 새롭게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가 시작된 ‘기세계 닷컴’(www.gisege.com)에서는 ‘요가’ ‘탈출 직장인 스트레스’ ‘생생 자가 마사지’ 등의 강좌가 동영상으로 진행된다. 강좌별 수강료는 3000∼1만원. 시간 제약 없이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자가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수련법을 찾을 수 있다.

피라미드 구조가 그 속에 놓인 생물체의 생명력을 증진시킨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된 후 피라미드 모형도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 시판되는 구조물은 밑변 2m, 높이 1.3m로 어른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크기. 이 구조물 안에서 명상을 하거나 잠을 잘 수 있다. 가격은 40만원.

티베트에서 쓰이는 제례용 악기인 ‘팅샤’는 양 손에 들고 맞 부딪치면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가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개된다. 두개의 삼각형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엇갈리게 맞춘 육각형 도안인 ‘히란야’는 목걸이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별 모양인 이 도형에서는 정신을 맑게 하는 에너지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3종의 제품 모두 명상서적 등을 주로 내놓는 정신세계사(www.mindvision.org)에서 판매한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