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스팸(SPAM)

  • 입력 2002년 1월 24일 16시 19분


1937년 미국 미네소타주 오스틴에 본부를 둔 호멜식품은 100달러를 내걸고 신제품의 이름을 공모했다. 표면에 투명 젤이 묻은 것 같은 이 다진 돼지고기 통조림의 이름으로 최종선정된 것은 ‘스팸(SPAM)’.

1970년대 ‘스팸’은 출생지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보통명사로 진화했다. 1969∼74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BBC의 코미디시리즈 ‘몬티 파이돈의 나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가 진화의 산실. 극중 인물들은 끊임없이 스팸을 외쳤다. 극중에 등장하는 식당의 모든 메뉴에도 스팸이 포함됐다. ‘계란과 스팸’ ‘계란 베이컨 소시지와 스팸’부터 ‘달팽이요리 거위간에 스팸’까지, 스팸은 손님이 뭘 먹고 싶은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강제로, 반복 투입되는’ 메뉴였다.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 2000년판은 스팸이란 단어에 두가지 해석을 달고 있다. 하나는 원래의 통조림에 든 다진 고기, 또 하나는 ‘몬티 파이돈∼’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다중에게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지는 e메일, 또는 그런 e메일을 보내는 행위다.

최근 법원은 수신거부를 했는데도 스팸메일을 계속 보내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한편 지금도 1초당 3.6개꼴의 스팸을 만들어 전세계에 파는 호멜식품은 홈페이지에 ‘우리는 절대로 소비자에게 스팸메일을 보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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