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삼국지 번역 출간 러시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33분


출판계에 때아닌 ‘삼국지’ 붐이 불고 있다. 문단의 대표작가들이 앞다투어 삼국지 번역판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중견 소설가 조성기씨가 ‘삼국지’(열림원)를 냈다. 총 10권짜리로 1차분 5권이 먼저 나왔다. 나머지 5권은 내년 1월경 출간된다. ‘조성기판’ 삼국지는 정역본(正譯本)임을 강조한다. 조씨는 “우리나라에는 ‘삼국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삼국지연의’를 다시 연의(演義)한 것, 즉 ‘삼국지’를 의역한 것을 다시 의역한 것이 대부분이란 이야기다.

이처럼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다보니 문장은 다소 딱딱한 편이다. ‘하드보일드 스타일 삼국지’라 불러도 그리 틀리지 않다. 한문투 표현을 최대한 자제했고, 권당 20컷 정도의 수묵화를 넣으면서 책에 윤기를 주려했다. 중 고등학생들을 겨냥한 시도로 보여진다.

소설가 황석영씨도 내년 봄 10권짜리 ‘삼국지’를 선보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황씨 역시 ‘정본 완역’에 무게를 두고 풍성한 주석을 달아 교육적 가치를 높힐 계획이다.

문단의 ‘앙팡 테리블’로 불리는 소설가 장정일씨도 내년 말 ‘삼국지’ 출간을 위해 준비 중이다. ‘젊은 삼국지’를 모토로 평역(評譯)보다는 평설(評說), 즉 번역의 충실함보다 극적 재구성에 힘을 실을 요량이다.

현재 출간된 삼국지 번역본은 ‘이문열판’ 삼국지(전10권·민음사)와 ‘김구용판’ 삼국지(전7권·솔)가 대표적이다. 이씨 것은 평역본, 김씨 것은 정역본의 대표작으로 각각 1400만부와 50만부가 팔렸다. 이 정도의 판매량이면 “볼 사람은 다 봤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도 여러 작가들이 삼국지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안정적인 수입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국지는 광범위한 독자층을 갖고 있고 꾸준히 읽히는 매력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학생 등 새 독자뿐만 아니라 두 세 번 보는 성인들도 많다.

출판계에서는 매년 삼국지 신규 수요가 50∼60만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또 삼국지는 재해석의 여지가 많아 작가들의 새로운 번역 의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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