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 이만섭의장 방문 사형제도 폐지 협조 요청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9시 15분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과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10일 의장 집무실에서 약 30분간 사형제도 폐지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추기경이 천주교 신자인 이 의장에게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김 추기경은 “어느 누구도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으며, 사형을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가 미지수인 만큼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그는 또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원수와 보복의 문화를 사랑과 화해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며 아시아에서 최초로 우리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이 의장은 “국제적 추세와 국내 여론의 변화에 따라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고, 나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정치범이나 사상범에 대한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사형제 폐지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장은 “흉악범이나 인륜파괴범 등에 대해서는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높은 것도 사실인 만큼 사형제 폐지 문제는 의원들 간에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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