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예정 풍납토성 외벽지역 대충 발굴…유적훼손 우려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28분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서울 송파구 풍납2동 풍납토성(사적11호) 외벽 지역 주택건설 예정 부지 일부를 약식으로 시굴 조사하고 마무리함으로써 졸속 조사로 인한 유적 훼손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건국대에 의뢰해 풍납2동 309번지 한강극동아파트 인근 지역에 대한 시굴조사를 실시하고 ‘시굴조사 결과, 아무런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풍납토성 외벽에서 20여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면 성의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둘레에 인공으로 만드는 연못)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약식 시굴조사만 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정식 발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이같은 시굴조사를 한 것”이라면서 “약식으로 시굴한 것도 무분별한 건축행위를 막고 유적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굴 결과, 지하 2m 깊이까지는 문화재가 나오지 않았다. 뻘이 나오긴 했지만 해자의 흔적이 아닌 논의 뻘이었고 5m 깊이 지하 지점엔 지하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적 훼손 가능성은 없고 건축 허가 여부는 송파구청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뻘이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뻘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발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고고학자는 “서울시와 문화재청 모두 이런 식으로 약식 조사를 하고 끝내면 건축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면서 “결국 문화유적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유적 훼손으로 논란을 빚었던 풍납토성 지역은 현재 토성 내부 전체와 외부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 지역에서 대형건축을 금지하고 있다. 터파기 공사는 문화재 전문기관의 조사를 거친 뒤 지하 2m 깊이 범위에서 허용되며 유물이나 유구가 나올 경우 즉각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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