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8일 13시 1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적게는 몇백명에서부터 많게는 몇십만명의 인파를 동원하는 이런 레이브 문화의 외형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1994년 영국에서 '레이브 퇴치 법안'이 통과되면서 사장의 위기를 극복하게 한 레이버들의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영국을 위시한 유럽의 테크노 음악이 댄스 플로어를 달구는 음악으로 인식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존 대중음악의 틀을 깨는 멜로디와 리듬의 파괴, 반복되는 리듬은 90년을 넘어 미국 대중음악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힙합의 파괴적인 랩과 비교되는 폭발력으로 영국을 위시한 유럽 청년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97년 'Sing it Back'으로 영국의 댄스 플로어를 달군 테크노 듀오 '몰로코'의 음악을 통해 영국의 청년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테크노 음악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데뷔 앨범 'Do You Like My Tight Sweater?'로 이미 주목받기 시작해, 1998년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 'I Am Not A Doctor'에서 뒤늦게나마 싱글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의 등장 인물들이 '카로바 밀크 바'에서 마시던 음료의 이름을 밴드명으로 채택한 영국 쉐필드 출신의 듀오 몰로코는 트립합, 드럼 앤 베이스 등의 요소들을 혼합하여 조금은 혼란스러운 실험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보컬 로이신 머피(Roisin Murphy)의 카멜레온 같은 목소리가 묘한 카리스마와 하우스와 드럼 앤 베이스, 힙합 비트의 몽환적인 분위기,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게 만드는 팝감각이 혼재하는 몰로코의 음악은 극도의 우울함과 코믹함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한다.
얼마 전 발매된 이들의 베스트 리믹스 앨범 'All Back To The Mine'은 1집 'DO YOU LIKE MY TIGHT SWEATER', 2집 'I AM NOT A DOCTOR'와 3집 'THINGS TO MAKE AND DO'의 수록곡을 DJ Plankton, Mousse T, Robbie Riviera, Can7, Bambino Casino, DJ Krust 등 유명 DJ, Producer 등이 리믹스 하였다.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굴 동적인 사운드와 정적인 일렉트로닉 뮤직의 다양한 소스의 혼합을 통해 몰로코는 반복되는 비트에 몸을 맡길 청중을 자극한다.
특히 유머러스한 이펙트음으로 만화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이들의 리듬감과 단순하고 명료한 드럼비트는 영국의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군 몰로코의 음악적인 감각을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댄스 음악의 시대적 한 조류로 성장하고 있는 테크노 음악의 가능성을 감지 할 수 있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