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진 백범암살 사주한 근거 없다" 도진순 교수 반박문 기고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03분


지난 4일 국사편찬위원회가 백범 김구(白凡 金九) 시해 관련 문건을 공개한 뒤 김구 암살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극우테러단체 백의사(白衣社)의 단장 염동진은 김구와 적대적이 아닌 상호의존적인 관계였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창원대 사학과 도진순 교수는 최근 ‘월간 신동아’ 10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국사편찬위의 방선주, 정병준 박사가 발견한 ‘김구-암살에 관한 배후 정보’ 문건 어디에도 염동진이 김구 암살을 사주했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염동진은 김구를 동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도 교수는 문건에 명시된 여러 사실들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염동진이 김구에 대해 때때로 격렬한 비난을 가했지만 동시에 군사적 견지에서 김구의 장점과 가능성을 격찬했다”, “염동진은 한국군 내부의 우익 반대파의 통신을 김구에게 전달하는 매개자 노릇을 해왔다”, “첨부된 편지는 우익 군사파벌이 쿠데타를 일으켜 이승만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의 형성 단계에 김구와 염동진이 관여했음을 보여준다”는 등의 표현이 그것.

 도 교수는 국사편찬위에서 공개한 문서의 핵심은 김구 암살의 배후가 아니라 김구 암살의 원인을 분석하는 미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서는 김구 암살이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와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 문서의 초점은 미국이 김구가 1948년 말 반(反) 이승만 군부쿠데타에 개입했다고 판단했으며, 그것이 암살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고 파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 교수는 또 “미군방첩대(CIC)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이 김구의 쿠데타와 공산주의자의 공격이 결합되는 것을 지극히 우려했다는 사실은 이 문서 이외에도 각종 보고서에서 제시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문서에서 밝혀진 두 가지 사실, 김구 암살범 안두희가 CIC의 정보원 또는 요원이었으며 백의사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것은 염동진이 김구의 쿠데타 기도를 미국 측에 알리는 주요한 정보원이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수적인 사항일뿐이라는 것이 도 교수의 주장이다.

 한편, 김구 암살에 미국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도 교수도 같은 견해를 표시했다. 그는 안두희의 증언과 언론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안두희와 그가 몸담고 있던 반공청년조직 서북청년단은 경찰, 군 특무대와 연계돼 있었으며, 미군 정보장교와도 정기적으로 만나 김구에 대한 정보를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김구 암살 이후 특무대에 끌려간 안두희는 특별한 조사를 받지 않았고, 당시 무쵸 미 대사가 한 외교문서에서 김구 장례식 이후의 정국 추이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도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 관련설에 대해 “좀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정황으로 보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면서 “당시 헌병부 전봉덕 사령관이 암살 사건을 경무대에 보고했을 때 ‘이 박사(이승만)가 이미 알고 있더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증언 등에서 이를 추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