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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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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부터 서울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히바카리(火計リ)-400년의 초상’에서 여주인공 김부미 역을 맡은 최수현(27). 그는 20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배우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일본 공연에서 감쪽같은 일본어 연기로 현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극중 김부미는 옛 가마터 조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고미술사 전공의 한국인 여성으로 거의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구사한다. 일본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인 쿠리야마 타미야가 “저 배우 혹시 재일교포냐”고 묻기도 했다.
“제대로 일본어를 배운 경험이 없는 완벽한 ‘토종’입니다. 한 달 반 가량 일본어 대사를 외우느라 혼이 났습니다. 대사를 적은 쪽지로 온 집안을 도배하다시피 했으니까요.”
극단 ‘미추’와 일본 극단 ‘스바루’에서 각각 11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두 극단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작품 ‘히바카리’는 ‘불(火)만으로’라는 뜻.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유약과 흙은 조선의 것을 쓰고 불만 일본의 것을 썼다는 의미.
최수현의 극중 상대역은 조선 도공의 후예이지만 가업 계승 문제로 갈등하는 일본 청년 테츠노(이세 가즈토). 이 연극은 그와 김부미와의 만남을 통해 조선 도공들의 예술 혼과 후손들의 번민을 그렸다. 일본의 한국계 도예가 심수관의 예술혼을 그린 연극 ‘그 불’과 비슷한 설정이지만 새롭게 창작 연극이다. 일본 작가 시나가와 요시마사가 희곡을 쓰고, 손진책이 연출했다.
최수현은 “3월 첫 공연에서는 일본어 대사를 따라가느라 연기에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이번 무대에서는 감정과 호흡이 살아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97년 ‘미추’에 입단한 최수현은 영화 ‘소름’으로 주목받은 영화배우 장진영의 이종사촌 여동생으로 연극 ‘춘궁기’ ‘한 여름밤의 꿈’ 등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연극 ‘히바카리’는 국수호(안무) 박범훈(음악) 윤정섭(무대미술) 등 스태프들도 화려하다.
31일 오후7시반, 9월1일 오후4시반 7시반, 9월2일 오후3시 동숭홀. 1만5000∼2만원. 02-747-5161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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