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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1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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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이 지나 헐렁해진 차안으로 허름한 차림의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우리 할멈이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비가 2750만원입니다. 단돈 100원이라도….”
주섬주섬 핸드백을 여는 김씨를 말리듯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귀띔했다.
“저 사람 저 말하고 다닌 지 오래 됐어요.”
“이렇게라도 벌어 먹어야 할 사정이 있나 보죠.”
김씨는 웃으며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찾아 할아버지 손에 쥐어주었다.
할아버지는 당연히 받을 것을 받은 사람처럼 인사도 없이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10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할아버지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김씨를 말리던 그 아주머니가 지갑을 꺼내더니 1000원짜리 지폐를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아주머니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아주머니가 말했다.
“저 사람 저 말하고 다닌 지 오래 됐어요.”
김씨 옆자리 아주머니는 웃으며 대꾸했다.
“준 돈으로 뭐라도 사드시겠죠.”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