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화예산 대폭삭감 추진…문화계 "있을수 없는 일"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52분


정부가 내년도 문화 예산의 대폭 삭감을 추진, 현 정부가 내걸었던 ‘정부 전체 예산 중 문화예산 1%’의 정책 기조가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2002년도 문화관광부 예산에 대한 1차 심의를 거쳐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의 내년도 예산 요구액은 1조6000억원. 올해 예산은 1조450억원이다.

기획예산처가 전액 삭감 대상으로 선정한 항목은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비(내년도 예산 요구액 150억원) △지방문화원 육성 지원비(100억원) △문화의집 조성육성 지원비(60억원) △문화관광축제사업 지원비(20억원) △전통사찰 정비 보조비(20억원) △문화학교 육성 지원비(10억원) △지역문화 특성사업 지원비(3억원) 등. 이외에 △지방 문예회관 건립비 △공공 박물관 건립비 △공공 도서관 건립비 등이 대폭 삭감예산 명단에 올라 있다.

삭감 대상 항목을 보면 주로 지방 문화 육성과 문화 콘텐츠 확장 등에 관한 것이어서 문화의 시대에 역행하는 예산정책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러한 예산 삭감은 그나마 열악한 지방의 문화 여건을 더욱 악화시켜 대도시와의 문화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문화부가 올해를 ‘지역 문화의 해’로 정해 지방 문화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는데 내년엔 이런 분위기를 그냥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지방화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공공 도서관 자료 구입비의 전액 삭감 가능성에 대해 문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디지털시대의 진정한 문화 콘텐츠는 책에서 나온다는 기본조차 모르는 조치이며 경제논리 중심의 문화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문화원연합회 등 지방문화단체와 도서관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문화예산 삭감에 항의하면서 동시에 문화예산 확보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전체 정부예산 중 문화예산 1% 확보’, ‘2001년 문화예산 1조원 돌파’ 등을 문화분야의 치적으로 내세워 홍보해 왔으나 문화예산이 삭감될 경우 ‘문화 대통령’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지금 분위기로 가면 문화예산이 정부예산의 1% 이하로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곤란하다고 본다. 그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예산처와 잘 협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부의다른관계자는“정부예산을기획예산처에서심의조정하고있는 단계이기에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의 예산 심의는 9월경 마무리되어 각 부처에 통보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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