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덤…경품…"이젠 소비자 권리"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1분


'행복한 세상'의 식품매장
'행복한 세상'의 식품매장
‘공짜가 좋아∼.’

어린 시절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 소비시장에서는 ‘공짜의 위력’이 대단하다. 동네 슈퍼마켓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K마트’에서는 매일 오후 7시 경품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주변 대형 할인매장의 위세에 눌려 문을 닫을 처지에 있었지만 최근 주인이 바뀌면서 상품 할인공세와 함께 ‘경품제’를 도입한 덕분에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이곳은 상품 구매액 5000원을 기준으로 경품 응모권 1장씩 주고 있으며 과일 라면 휴지 등 1000∼1만원 상당에 달하는 20여종의 경품을 타기 위해 추첨시간에 60∼70명의 주민이 몰리고 있다.

이동통신들의 ‘공짜 마케팅’도 치열하다.

휴대전화 ‘011’은 젊은 청소년들에게만 발급해주는 ‘TTL카드’로 할인포문을 열었고 ‘019’의 ‘카이’와 ‘016’의 ‘나카드’도 경쟁대열에 합세했다. 이들 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은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유희시설 등을 이용할 때 20∼30%가량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포인트 적립’ ‘마일리지’ 등의 혜택도 받는다.

▽고객잡기 '공짜 마케팅' 치열

특히 나이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 나카드는 다양한 ‘공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나카드 가맹업소를 관리하고 있는 ㈜세이브코리아 이종필 과장은 “커피와 음료수를 언제든지 무료로 먹을 수 있고 노래방 PC방 당구장 비디오방 등을 1, 2시간씩 공짜로 이용할 수 있어 청소년층의 회원가입이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패션 문화 호텔 백화점 등의 생활정보나 전문지식을 담고 있는 월간지 주간지 등도 무가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영장 헬스장 등이 있는 서울 프라자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에서는 ‘오뜨’ ‘느블레스’ ‘네이버’ 등 고급 생활잡지를 무료로 얻어볼 수 있다.

▽무료시식-잡지제공등 다양

이 클럽 장석원 팀장은 “매달 초 이들 잡지를 각각 100여권씩 갖다 놓고 있지만 1주일이내에 동이 나 클럽 회원들의 추가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 의학전문 잡지인 ‘굿모닝 닥터’와 분당신도시에서 배포되는 월간지 ‘분당소프트 21’, 주간지 ‘id 분당’ 등도 무가지로 독자층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 생활매장이나 할인매장에 가면 ‘미니 뷔페’로 착각할 정도로 여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만두 과일 부침 등 각종 음식의 무료 시식 코너가 많아 “한 바퀴만 돌고 나면 배가 불러 저녁을 걸러도 된다”는 주부들도 있다.

경품 할인쿠폰 덤상품 등을 통한 판매촉진활동은 미국 등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일반화됐고 소비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대 홍재욱(경영학과) 교수는 “마케팅 환경이 선진화될수록 판매촉진 비용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판매가격에 이 같은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에 할인 공짜 등의 혜택을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이벤트 행사 경품타는 재미 '쏠쏠'

“알짜배기 ‘응모 노하우’를 모은 카드를 많이 신청해주시고 선물도 듬뿍 받아가세요. 경품은 냉장고 오디오 MP3플레이어 화상카메라 DDR 사이버머니….”

인터넷 경품정보검색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30∼40건의 경품 이벤트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주부 장미경씨(36)는 ‘경품 응모’를 자주 하는 편이고 이를 통해 ‘짭짤한’ 상품도 상당수 건졌다. 그동안 그가 받은 경품은 목도리 티셔츠 다이어리 사진촬영권(10만원권) DVD 등 20여종에 달한다. 그는 아들(6)의 육아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해오다 ‘경품 사냥’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과욕은 금물이며, 그냥 재미 삼아 응모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요. 하루에 3∼5건 응모하는데 당첨확률은 30% 정도인 것 같아요.”

백화점 경품행사에 자주 참여했던 주부들은 요즘 인터넷 경품이벤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직장인과 학생 등도 가세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봄부터 상장기업 대부분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경품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기 시작했고 쇼핑몰이나 새로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들도 예외 없이 이런 행사를 갖고 있다.

경품이 봇물 넘치듯 ‘소비시장’에 넘쳐나면서 아이디어공모 경품정보만 모은 검색 사이트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수많은 인터넷이나 기업홈페이지의 ‘경품 서핑’이 가능하고 이들 행사에 ‘자동 응모’할 수 있는 기능도 설치돼 있다.

경품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검색사이트로는 △찬스잇(www.chanceit.co.kr) △매직박스(www.magicbox.co.kr) △미스터호박(www.mrhobak.co.kr) △이벤트코리아(www.eventkorea.co.kr) △경품이 와르르(www.warrr.co.kr) △이패스(www.e―pass.co.kr) 등이 있다.

찬스잇의 이효수 기획실장(37)은 “경품은 이제 당장의 판매에 앞서 ‘예비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체의 확실한 판촉수단으로 자리잡았으며 ‘취미형’으로 경품에 응모하는 소비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부가 운영하는 모니터정보검색 홈페이지(www.jubulife.pe.kr)에는 모니터채용정보 아이디어공모 등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생활정보와 함께 기업 홈페이지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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